바쁜 월요일. 한 주의 시작이다. 이번 주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다. 조회를 하고, 잔소리를 건네고, 수업을 한다. 심드렁한 표정의 아이들과 종례를 마치면 숨 돌릴 틈이 난다. 곧 퇴근이다. 이제 뭐가 남았을까.. 무심하게 쳐다본 모니터에 숫자 1이 보인다. 업무 메일이 와 있다. ‘복무 관리 철저’라든가 ‘배드민턴 연수 참가자 모집’같은 이야기겠지. 숫자를 다시 0으로 돌리기 위해 커서를 옮겼다. 예상과 다른 메일이 와 있다.
“청렴 독후감 응모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아.. 2주 전에 보냈던 청렴 독후감 얘기였구나..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메일을 열었다. 수상이다. 1등상이라고 한다. 상금수령 시간을 알려달라며 건조한 문체로 적혀있었다. 다행이다. 돈을 벌었다.
사실 별로 대단한 대회는 아니다. 평소였으면 제목만 보고 지나쳤을 행사다. 내가 속한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교직원을 대상으로 청렴 독후감을 모집한다는 공문. 1등상이라지만 상금은 온누리 상품권 15만원이 전부다. 평소의 나처럼, 다른 선생님들도 다 그렇게 눈으로 읽고 지나쳤었나보다. 참가가 미진하여 기한을 연장한다는 공문. 하지만 나는 평소의 내가 아니기에, 작은 상금이 내게는 이제 소중해졌기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거짓말을 쓰지 않았다. 평소 내 생각과 경험을썼다. 백화점에 명품 셔츠 몇 벌을 내 이름으로 구매해두고 찾아가라고 연락했던 학부형 이야기. 그때 거절했던 내 마음과 학부모의 감사 문자를 썼다.
다만, 부끄러웠다. 아름다운 추억을 잘 포장해서 팔았으니까. ‘청렴’독후감을 쓰면서 그 목적이 상금이었으니 당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매문(賣文)이다. 국어사전이 내 행동을 그대로 정의해준다.
매문 (賣文) [매ː문]
[명사] 돈을 벌기 위하여 실속 없는 글을 써서 팖.
쓰고 싶어 쓰는 글이 아니라 돈이 필요해 글을 썼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문호 도스도예프스키도 도박빚을 갚기 위해 <죄와 벌>을 쓰지 않았던가. 다만, 나는 더 채우고 싶었다. 더 많이 알고 쌓고 가다듬은 뒤 글다운 글을 쓰고 싶었다. 흩날리는 생각들을 모아 그럴 듯하게 장식하는 대신, 담백하게 또 촘촘하게 사유를 풀어놓고 싶었다. 다 지난 얘기다. 허생도 7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부족한 능력에도 뭐든 열심히 팔아보아야겠다.
부끄러움을 쓰려했는데, 적다보니 출사표처럼 글이 흐른다. 왜 그랬을까? 잠시 고민하다 답을 찾았다. 이 글은 반성문이니까. 어리석은 자는 짧은 반성과 긴 변명으로 반성문을 채운다. 어리석은 나는 긴 변명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