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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크맘 Jun 15. 2021

내가 원치 않은 임신에 왜 내가 감사해야하지?

각자의 사정

임신은 축복이야


30년을 넘게 딩크족으로 살았으나 원치 않게 임신하게 되어 우울증에 걸린 한 여자에게 A가 말했다.

- 왜 우울해? 그냥 받아들여. 임신은 축복이야.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라고.


임신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고 있는 한 여자에게 B가 말했다.

- 뭘 그렇게까지 해? 그냥 받아들여. 임신 못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축복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A는 정상인, B는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할테지.


임신을 원하는 여자가 아이를 갖기 위해 무슨 짓을 해도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해서 애를 가지려고 하는거야?’라는 말은 입밖으로 절대 꺼내지 못하게 하는 우리 사회가


원치 않은 임신에 괴로워하는 여자에게는 어쩜 그리 쉽게도 축복을 강요하며 마음대로 축하하며 렇게 싫었으면 왜 피임을 제대로 안했냐는 말 따위를 그토록 태연히 뱉을  있는 것일까. 그렇게 임신하고 싶었으면 왜 진작 병원에 가보지 않았냐는 말 따위 하지도 못할 거면서.


임신 후 우울한 마음을 토해낼 때면

- 축복이야

- 감사해야지

- 너무너무 축하해

- 정말 행복한 일이다

- 아가가 듣는다 그런 말 하지마

- 남들은 못 가져서 힘든데 배부른 소리야

- 어디가서 그런 말 하지마 욕먹어


마치 나는 수만 명의 민중들이 보는 가운데 화형대에 올라 형을 기다리고 있는 마녀가   같았다. 전혀 원치 않은 일에 대해 감사하고 행복하라고 강요받다니. 이런 말들은 나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끊임없이 이어졌다.


결국 나는 어느샌가 그들의 요구에 맞춰 행복한 척을 했고, 밤마다 홀로 우울감과 싸워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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