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날 밤
두 번째 인생의 시작, 그 목전에서
40주 1일. 10:10pm
글 쓸 시간도 없이 미친 듯 인수인계를 하고 있던 한 배부른 직장인은 출산휴가라는 것을 통해 약 3주간 배부른 백수가 되었고, 본인의 배가 불러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열심히 일한 덕분에 완전히 방전됐던 에너지를 따분한 한가로움을 통해 더 방전시키고 있었다. 일개미 체질이군.
여전히 이 배부른 여자는 엄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열달’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들은 그냥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얻게 됐다고 한다.
이제 몇 시간 뒤면 지금도 여전히 꼬물거리고 있는 이 작은 생명의 엄마로 평생을 살게 될 이 여자의 얼굴은, 잔뜩 꼬여버린 실타래처럼 복잡해보인다.
지난 1,2년 사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거지?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유부녀, 기혼자라는 타이틀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엄마, 엄마라니. 내일부터는 둘이 아닌 셋이라니. 앞으로 최소 20년이라는 내 시간은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돌보는데 쓰일 테지.
부디 ‘나’를 잃지는 말자. 엄마라는 이름으로 나를 지우지 말자.
그래, 많이 바뀌겠지. 내 이야기보다 아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겠지. 나보다 아이가 우선이 되겠지. 그럼에도 지키자, 나를.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