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0일 오후 4시 30분, 광화문광장 인근의 한 카페에서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향해 힘차게 걸어오는 지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빛났다. 문화재복원전문가로 유명한 고려대학교 박진호 교수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와 나는 기자와 필자의 일반적인 관계를 넘어 2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뒤로, 그는 일주일 넘게 감기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몸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우리는 1년에 한두 번은 만나고 있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보자고 한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는 교보문고에서 샀다며 자신의 인터뷰 내용이 담긴 잡지 한 권과 매끄러운 금속 재질의 명함 지갑을 선물로 건넸다. 그의 인터뷰 기사는 과학동아 2025년 1월호에 게재됐는데, 기사에 실린 사진 중에서 앙코르와트에서 찍은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내가 오래전에 잡지에 그의 기사를 실으면서 썼던 그 사진이다. 흐뭇한 미소가 절로 번진다.
또 하나,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명함 지갑에는 베트남 후에 왕성에 위치한 주요 랜드마크인 '자오선 문'을 수채화 스타일로 그려져 있었다. 이 작품은 고대 성채의 일부로 베트남에서는 역사적, 건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는 2025년 새해에 이 명함 지갑에 명함을 넣고 다니면서 좋은 일들이 많길 바란다며, 대박을 기원했다. 그의 따뜻한 배려가 담긴 명함 지갑을 다시 만져보니, 그의 진심이 새삼 진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따뜻한 캐머마일 차를 마시며 올 한 해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5시 30분쯤 헤어지기 전, 최근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오징어게임 2' 캐릭터, 영희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겨울이라 날이 금방 어둑어둑해지니 형형색색의 조명을 품은 설치물들이 저마다의 빛을 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일을 좀 더 하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들었다가 깨니 새벽 3시 반이다. 이런저런 주변 정리를 하고 카톡을 보니, 세종시로 내려가기 전에 신세계 크리스마스 라이츠에 들려서 찍은 사진들을 보내주었다. 여기도 오징어 게임 속 영희가 담겨 있다~ ^^
어느새 시계가 2024년 12월 31일 새벽 4시 30분을 넘어섰다. 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 개인적이든 직업적이든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2025년, 새해에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책을 한 권 쓰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해졌다. 더 미루지 말고 시작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