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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Dec 29. 2021

제주도에서 첫 낙찰을 받다.

25 대 1의 경쟁률을 뚫다.


제주도에 내려와서 백수로 지낸 지 어언 한 달. 원할 때 일어나고, 원할 때 밥을 먹고, 원할 때 나가서 커피를 마시는 사치를 부렸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선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놀기만 할 순 없는데.' 친구들이 일을 쉴 때면 나는 항상 언제 쉴 수 있겠냐고 맘 편하게 먹고 푹 쉬라고 이야길 했다. 하나, 이 상황이 나의 이야기가 되니 내가 친구들에게 너무 쉽게 이야기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 내려와 편한 마음으로 쉬고 있었지만 경매 물건은 지속적으로 검색을 하고 있었다. 여러 물건들을 검색하며 괜찮은 물건들을 추려 관심 등록을 해놓고 임장을 가장한 맛집 탐방을 다녔다. 육지에서 다녔던 임장은 항상 바쁘고 힘들었다. 주말만 시간이 가능하니 한 번에 여러 물건들을 보기 위해 나름 최적의 경로로 동선을 만들었지만 하루 5시간 운전은 우습게 했고 어떤 날은 12시간을 다녀온 적도 있었다.


임장에 시간과 금전을 소모하며 주말도 제대로 쉬지 못하니 월요일엔 근로의욕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었다. 이때부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충청도를 벗어나면 가지 않기 시작했고 먼저 내가 아는 지역과 주변지역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입찰을 하기 시작했고 낙찰을 받을 수 있었다. 경매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본인이 잘 아는 곳이나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게 여러모로 이로울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맛집 탐방을 다니던 중 서귀포에서 좋은 물건들이 여러 개가 나와 임장을 다녀왔다. 그중 맘에 드는 것들을 경매가 진행되는 시간 순으로 나열해서 하나 씩 입찰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첫 번째 입찰이 가장 맘에 드는 물건이었다. 감정가 3.2억에 49%까지 떨어진 물건이었는데 이건 70%에서 흐른 게 신기한 물건이지만 종종 이런 물건들이 나온다. 현 채무자가 소유자이자 대항력이 없는 깨끗한 물건이었다.


집에서 초등학교까지 걸어서 3분. 중, 고등학교는 대략 20분 내외로 있었으며 시청, 병원, 대형마트 및 식당과 카페들을 전부 걸어 다닐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세대수도 약 50세대로 적지 않았고 단지 내 관리도 잘 되고 있어 최고급 타운하우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급 빌라에 속하는 곳이라 할만했다. 현재 매물이 3.4억, 3.3억에 두 건 등록돼 있다. 이건 팔릴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 생각하니 난 적당한 값에 낙찰받아 조금 더 저렴하게 단기 매도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오일장에서 미리 찾아놓은 주변 지역 비슷한 금액대의 빌라들도 둘러본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입찰 당일. 우리의(라 쓰고 나만) 행운의 상징이라 여기는 바둑이(공매로 낙찰받은 GT)를 타고 법원으로 향했다. 법원에 가기 전 은행에 들려 입찰보증금을 수표로 바꾸고 법원에 도착했다. 현황판을 보니 내가 입찰할 물건은 변경 및 취하 등이 되지 않아 입찰이 가능했다. 입찰 며칠 전에 변경 및 취하 등이 된다면 법원에 올 일이 없지만 하루 전 오후에 변경 등이 이뤄지면 법원에 와서 입찰할 물건이 없어 새가 되는 경우가 있다. 입찰할 물건의 법원이 집에서 멀다면 미리미리 체크하고 오는 게 좋다.


경매 입찰표를 작성하며 틈틈이 현황판을 지켜보니 역시 내 눈에 좋은 물건은 남들 눈에도 좋은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물건을 입찰하러 온 듯하다. 입찰금액을 제외하고 모든 란을 다 기입한 후 72.9%를 쓰려고 했던 금액을 조금 더 올려 73.1%를 쓰기로 한다. 입찰표를 입찰함에 넣고 와이프와 같이 커피 한잔하러 나갔다 왔다. 도넛과 커피를 한잔하고 돌아오니 입찰할 시간이 되었다. 드디어 개찰을 시작한다. 두둥.


우리 물건은 한참 뒤에 있었는데, 아니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입찰봉투가 무려 20~30장은 되어 보인다. 역시 쉬운 물건, 좋은 물건은 남들 눈에도 다 같은가 보다 오늘은 글렀구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겠구나. 마음을 내려놓고 하나 씩 개찰 결과를 지켜봤다. 드디어 우리 물건 차례가 되었다. 봉투가 많아 하나 씩 뜯고 확인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와이프와 난 맨 앞자리에 앉아 확인하는 걸 지켜봤다. 입찰자는 무려 25명ㅋㅋ 내가 지금까지 입찰해 본 물건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우리 봉투를 한쪽으로 가져간다. 이건 3등 안에 들었다는 얘기다. 의외의 결과다. 깨금발을 들고 책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어.. 어.. 우리 금액이 젤 큰 거 같은데? 개찰을 하시는 분이 와이프의 이름을 부른다. 


"김 OO 님. 앞으로 나오세요. 잠시만요 아직 완전히 확인된 게 아니라서요."


마지막 남은 봉투를 뜯고 입찰표를 확인한다. 나도 모르게 목을 쭉 빼고 입찰금액을 훔쳐본다. 아! 우리가 더 높다! 기대도 안 했는데 첫 입찰에 낙찰을 받았다! 해냈다! 2등과는 대략 180만 원 차이. 정말 근소한 차이로 낙찰을 받았다. 그렇게 25:1의 경쟁률을 뚫고 가장 맘에 들어했던 빌라를 낙찰받았다. 입찰 보증금 수표를 돌려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법원을 나오는데 차순위(2등)를 하신 분이 낙찰 축하한다는 덕담을 건네주신다. 감사하게 인사를 받고 답례를 전했다. 



바둑이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노래를 부르고 와이프와 자축을 했다. 행복한 귀로다. :)

이제 일주일 뒤 매각 결정 허가가 떨어지면 집으로 대금지급기한 통지서가 날아올 것이다. 이걸 받아서 경락잔금 대출을 일으키고 법무사를 통해 등기를 마치면. 


"이제 이 집은 제 겁니다."가 된다.


그 사이 시간이 흘러 현 소유자분을 만나 대화를 하며 명도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다음 달이면 잔금 완납 후 등기 이전을 하고 매매를 진행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편은 단기 매도 성공기로 돌아올 수 있길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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