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좋았던 나였다. 이 사람은 저런 장점이 , 저 사람은 이런 장점이 있구나. 쇼펜하우어의 광물 수집가처럼 투박한 원석 속을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애정으로 수집하곤 하였다. 원석들은 내가 떠나자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좀.. 피해자 코스프레 같음"
"가스라이팅 당해서 불쌍"
떠오르는 내 속마음을 주절주절 쓰려다 지워버렸다. 어차피 나의 감정들이 증폭되어 기록될 것이고, 이 글의 캡처본이 떠돌아다니며 그들의 귀에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럼 또 이렇게 말하겠지, 또 피해자 코스프레 하네, 알면서도 저러네.
사람들이 떠드는 뒷담화가 눈앞에 펼쳐진다. 뒷담화는 철저하게 뒤에 있어야 하는데, 말보다 잊혀지지 않는 글로서 천년만년 기억되리다. 뒷담에 맞서 싸워봤자 패배가 확실한 게임인데, 물어뜯기가 만만하고 재밌는 세상인데.
cyber suicide.
'진실은 살아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을 뿐이다. 하나의 진실도 몇백 년 뒤에 다시 엎어지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한데, 나의 시선과 판단을 공유하더라도 어차피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비틀어버릴 것이다. 진실이 살아있다는 건 그저 '했제'에 불과하다.
이제는 더 이상 나의 생각을 직관적으로 공유하지 않겠다며 다짐해 본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꿈틀대지 않기를 기원한다. 내 속의 인류애가 하루빨리 싸늘하게 식어버리길 희망한다. 오늘도 온정을 죽이려 마음공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