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도 딱히 안 보고, 웹툰도 안 보고, 인스타도 안 하는. 담배는 안 하고 술 마시는 재주도 없는 사람. 그럼 요즘 뭐 하는 낙에 삽니까? 라 물으신다면 잘 모르겠다. 어디에 정착할진 모르겠지만, 요즘은 이렇게 두런두런 혼자 글을 쓰거나 유유자적 책을 읽고 있다.
최근 꽂힌 것은, 당근. 심심하면 당근에 들어가서 쓸만한 초저렴 아이템이 있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물론, 신중하게 고르느라 대부분 보기만 할 뿐 만원 내외 아니면 잘 사진 않는다. 자칫하면 과거의 잡시멀리스트 삶으로 돌아갈 테니.
당근 모니터링만 한 달 째이다. 톡톡하고 자주 입을만한 옷 몇 벌을 3천 원에 득템, 마스킹테이프 공짜로 벌고, 에어프라이어도 업그레이드했다. 아마도 누군가는 궁상이라 할 것이다. 상관없다. 쯧쯧 혀를 차도 돈을 아껴서 득을 본 건 결국 나니까.
모든 옷들은 5천원 이내에서 구매하고 있다. 나보다 더 옷 잘입고 잘 사는 친구들이 두어번 입고 싸게 팔아버리는데, 어려서부터 늘 옷을 물려입는 게 익숙한 나에겐 그저 개꿀인 아이템들이 넘쳐 흘렀다. 평소 시도해보지 못한 과감한 스타일도 저렴하게 사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도 매일같이 당근만 보았더니, 이젠 얼추 사기꾼과 비매너 판매자와 상습 장사꾼을 구별하는 안목이 생긴 기분이다. 글만 봐도 거를 건 거르게 된다. 게다가 좋은 물건이 '나눔'이다 싶으면, 이렇게나 빠르게 선착순 마감되리라 생각하지도 못했다. '나눔-런'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생각보다 육아용품이 정말 많이 올라온다. 몇 달을 당근을 모니터링하다 보니, 나눔 만으로도 아기침대, 옷, 유모차, 욕조, 수유쿠션, 장난감까지 거의 모든 용품들을 본 기억이다. 아직 아이를 낳지 않았으니(결혼도 안 함) 그때가 되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미리 모니터링을 해두니 마음이 든든하고 돈 걱정이 없어졌다.
아참, 퇴근하고 나서는 운동과 산책하기. 매일 저녁 맨손운동을 마쳐야 예비신랑이 오케이 따봉을 날려준다. 날씨가 좋은 밤에는 동네 산책하며 일상의 분노를 토로하며 짧게 해소한 뒤, 투자 자산 이슈를 나누며 매일 미래를 그리고 계획한다.
삶이 단조로워졌다. 내 일상을 바꾼 책이 있으니, 바로 <뉴스 다이어트>이다. 작년쯤에 지금처럼 sns를 그만둬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우연히 읽게 된 책인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SNS로부터, New's로부터 독립하여 생각과 시간의 여유를 얻었다. 쏟아지는 새로운 것들에 휩쓸리며 살았던 순간들을 되돌아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