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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금택 Mar 05. 2021

대학원이 처음은 아니지만

석사과정 결심을 앞둔 마흔 살의 마음가짐.

마흔에 석사과정을 시작했다고 했지만,  석사과정이 처음인 건 아니었다.

20대 중반, 학부를 졸업하고 일문과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었다. 그때 내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던 이유는 아주 명료했다.


“문학을 좋아하고, 일본어를 하며, 일본문학을 조금 더 알고 싶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러울 정도로 심플한 이유였지만, 아직 20대 중반이었던 그때는 2년 뒤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어떻게든 되겠지'란 말이야 말로 '젊은이의 가장 큰 특권인 게 아닐까. 그 당시의 나에게는 다가올 미래가 너무 거대하기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뚝 떼어서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해도 그다지 아깝지 않았겠지.


그런데, 이제는 모든 게 아까웠다. 내 시간, 지금의 젊음(이라면), 젊음. 남은 미래. 그리고 나 자신.


나는 나 자신이 그렇게 아까웠다. 자꾸만 내게 남은 미래가 한 줌 밖에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던 석사 과정 덕분에 일본어 번역가가 되었고 좋아하는 문학과 출판계 언저리를 어슬렁거릴 수 있었지만, 불안정한 일감에 늘 불안했고 그렇게 10년을 버티자, 만성이 된 불안함이 평생 따라붙을까 두렵고 혼란스러워졌다.


다른 직업을 갖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해 보자.

 

먼저, 석사과정이 필요한 이유.


1. 아무래도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 일본어 번역을 꾸준히 하기는 어려워.

2. 이제 프리렌서가 아닌 출퇴근하는 회사원이 되고 싶어.

3. 그런데 여기서 취직을 하려면, 결국 이곳 학위가 필요해.


그렇다. 난 지금 미국에 있고, 미국에서 취업을 하려면 이곳 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는 20대 중반, 무모할 정도로 열정을 찾아 진학했던 것과 정반대인 아주 복잡한 심경으로 두 번째 석사과정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때와 내 상황이 다른 건 아니었다. 아무것도 보장 된 건 없었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나,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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