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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평화 Oct 28. 2019

아이들에게 한자 공부는 꼭 시켜야할까?




아이들에게 한자 공부도 시켜야할까? 깔끔하게 답부터 얘기하자면 '그렇다'이다. 


'꼭' 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키면 정말 좋다. 총론으로 보면 '그렇다'인데, 물론 청소년도 연령마다 접근 방법이 달라야한다. 고2, 고3이라면 '보류', 고1이라면 '중립' 중학교 이하의 교육 과정이라면 '강력 추천'이다. 물론 이것은 일반적인 경우를 상정한 것이며 상세한 학습 설계는 각 학생의 여건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학습. 연습. 습관. 익힐 '습'자는 사고력 계발에 가장 중요한 글자죠 :)


특히 문과 진로의 경우, 평생을 놓고 본다면 한자도 일종의 '언어'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배울수록 유리할 것이다. 여전히 대부분 공기업의 경우 한자 자격증에 의해 입사 가산점을 받고 있고, 상당수 일반 대기업의 경우도 인적성 시험에 한자 문제가 나온다. 자녀가 법조계 진로를 생각한다던가 한자를 알고 있으면 유리한 특정 분야를 진로로 생각한다면, 어린 시절 한자 공부를 시키는 것은 부모로서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또한 한자 공부는 차후에 중국어, 일본어 등의 외국어를 배울 때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수능 언어 영역의 고전 지문 등을 풀 때에도 유리하다. 이렇게 한자의 효용을 구체적으로 늘어 놓기 시작하면 제법 여러 개를 들 수 있지만, 사실 이런 실용성의 문제를 내려 놓고서라도 한자 공부는 논술에 본질적으로 유효한 부분이 있다.



한자 공부를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많은 국어 단어의 형성 방식과 어원이 한자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자를 배우면 국어 단어를 더욱 잘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틀이 된다. 글을 구체적으로 쓰고 논리를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서 기본이 되는 것은, 단어의 뜻과 활용을 분명하게 아는 것이다. 한자를 아는 것은 단어의 뜻을 분명히 익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단어의 한자 조합에 따라 미묘한 의미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는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승낙의 유사어를 생각해보자. 승낙과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뜻은 비슷하지만 글자는 다른 여러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행위 주체의 관계나 태도에 따라, 혹은 그 단어가 쓰이는 맥락에 따라 상당히 많은 유의어가 있다, 


승낙, 수락, 수긍, 승인, 허락, 허용, 용인, 용납, 허가 등등 구체적으로 쓰이는 상황은 다르지만 유사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에 쓰이는 표현이다. 이를테면, 승낙은 무언가를 요청했을 때에 그것을 들어준다는 의미이고, 수락은 승낙보다 조금 더 수동적인 경우에 사용한다. 수긍은 행위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인정하고 존중해준다는 것이고, 승인은 공적인 맥락에서 그것이 옳다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허락과 허용은 무언가가 금지될 수도 있는 맥락에서 그것을 할 수 있도록 인정해준다는 것이고, 용인은 어떤 행위가 행해지도록 인정하고 가만히 놔두는 쪽의 의미에 가깝다. 허가는 법령이나 규범의 영역에서 특정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경우에 사용한다.



한자를 배우기에도 좋고 내용도 교훈이 많은 '명심보감'


이렇게 승낙, 수락, 수긍, 승인, 허락, 허용, 용인, 허가는 각각 비슷한 의미를 공유하고 있지만 각자가 쓰이는 구체적인 상황과 서로 다른 맥락이 있다. 어떤 단어든 그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을 찾아서 글을 쓰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기본이다. 학생들의 글을 읽어보면, 글쓴이가 자신의 단어를 완전히 장악하고 쓰고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온전히 통제하지도 못하는 어려운 말들을 단지 조합두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각각의 단어들이 쓰이는 구체적인 맥락과 그 의미를 익히려면 글을 많이 읽고 단어들을 탐구해야한다. 이 때에 각 단어에 쓰인 한자를 알고 있다면 그 의미에 접근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까? 자격 시험을 보는 단체와 기관마다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보통 대학생의 경우에도 2000자 내외의 주요 한자를 익히면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많이 알수록 좋겠지만, 익히는 글자수가 많아질수록 효용도 떨어질 것이므로 대학 교육에 필요하고 사회 생활 하는 데에 충분한 만큼만 익히면 될 것이다. 대입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좀 더 필수적인 한자 1200자에서 1500자 정도 익히는 것으로 충분 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아이들의 학습 설계는, 다른 여건과 전체 맥락을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아이의 전체적인 학습 능력에서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굳이 한자에 시간을 쏟을 필요는 없다. 아이가 흥미도 갖지 않는데 무작정 시킬 필요도 없다. 아이의 집중력과 흥미, 그리고 시간까지 모든 것은 한정되어 있으며 그것을 잘 분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자 교육이 다른 교육에 비해 중점도가 높아야할 것은 아니지만, 한자 또한 '언어'의 일종인 만큼, 미리 배워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이 에세이에 대한 좀 더 상세한 내용은 2020년 1월 22일 출간된 저서 '논술형 엄마들'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yes24.com/Product/Goods/86151777?Acod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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