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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평화 Oct 16. 2019

'이해'와 '암기'의 차이, 그리고 둘의 조합

자녀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학습 지도법


이해와 암기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 


이해란 무엇일까. 하나의 개념을, 사물을, 사건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기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필자가 수업을 해보아도 다양한 답변들이 나온다. '이해는 특정 대상 하나만 아는 게 아니라 전체를 포괄적으로 아는 것이에요', '이해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아는 것이에요', '표면적으로 아는 게 아니라 깊이있게 아는 것이에요' 등등 학생들은 나름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이해'를 설명하려 한 것이다. 다 맞는 부분이 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기억' 사이의 연결성


이해와 암기 모두 어떤 지식이나 내용을 머릿 속에 담는 것을 의미한다. 큰 의미로 보면 '기억'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학습에서 '암기'라고 한다면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을 뜻한다. 기계적이라고 함은, 반복적으로, 정해진 규격에 따라 작동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1번 항목부터 100번 항목까지 있다면, 그것을 1번, 2번, 3번 ... 98번, 99번, 100번 이렇게 차례대로 머릿 속에 넣는 것이다.하지만 똑같이 100번까지의 내용을 공부한다고 해도, '이해'하여 머릿 속에 넣는 것은 조금 다르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그 100개의 항목 사이의 연결성을 읽어내고 구조를 만들어 머릿 속에 넣는다. "1번 했는데, 왜냐하면 2번, 3번 했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4번 5번 했다. 6번의 예시는 7번, 8번, 9번인데, 이는 큰 틀에서 10번과 대립된다." 이런 식으로 논리적이 연결 관계를 생각하며 기억하는 것이다. 이것은 1번부터 10번까지 순서대로 머릿 속에 넣기만 하는 것과 다르다. 즉, 이해할 때에는 그 모든 것들을 연결 시켜서 머릿 속에 넣는다. 내용 속에서 관계와 구조를 만들어 기억한다. 반면 암기에는 내용과 내용 사이에 '관계'가 없다.


이해와 암기의 차이를 잘 표현한 그림, 이미지 출처 www.slideshare.net/RizwanSa/



'망각'이 찾아왔을 때에 다시 떠올릴 수 있느냐


이렇게 각각 이해와 암기로 머릿 속에 넣었을 때, 그 효과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나타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학습한 내용들은 차례차례 망각하게 된다. 그런데 암기하기만 한 내용들은 1번부터 100번 사이 중간에 45번부터 50번까지의 내용을 잊어버리게 된다면, 그것을 떠올릴 단서가 없다. 개별적으로 45번은 무엇, 46번은 무엇, 이렇게 공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하는 방법으로 공부한 아이들은 중간에 몇 개의 항목을 잊어버렸다고 해도, 쉽게 추론하여 그 내용들을 떠올릴 수 있다. 앞에 44번에는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기억 나기만 한다면, 논리적인 맥락을 추론하여 45번과 46번에 무슨 내용이 있을지 떠올릴 단서가 되는 것이다.



이해를 강화하는 방법은 글쓰기, 암기를 강화하는 방법은 시험


논술은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법'을 강화하는 교육법이다. 사람은 온전히 이해한 것만을 글로 정리해서 써낼 수 있다. 역으로 자기 머릿 속에는 있고 혀 끝에서 어떤 내용들이 멤돌지만 글로 정리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자신이 공부한 것에 대해서 다시 되돌아보고 서술하게 시키는 것, 이것은 학생들의 '상위인지(메타인지)'를 강화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스스로 자각하는 과정인 것이다.


 '암기'를 강화하는 교육법은 시험 위주의 교육법이다. 여기서 시험이란 꼭 평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방법이다. 좋은 암기를 위해선, 반복해서 강의를 듣는 것만큼이나 적절하게 시험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암기를 '집어 넣는 것'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암기는 '꺼내 쓰는' 과정에서 강화된다. 이것은 인지 심리의 학습 이론 등에서도 검증된 얘기인데, 암기하는 량을 늘리기 위해선, 열 번 읽는 것보다, 열 번 시험 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암기를 한답시고 열 번, 백 번 읽고 따라 쓰기만 반복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어느 정도 읽었다면 그 이후로는 스스로 시험을 반복해보는 것이 암기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이다.


지식의 어느 단계에 가면, 외우는 것이 훨씬 유리한 지점이 반드시 찾아온다 :)


암기해야만 유리한 내용도 있다.


종종 명확히 '암기'해야할 내용을 두고, 부모님이 선생님이 '암기를 하지 말고 이해를 하란 말이야' 라고 야단을 치는 경우를 보게된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이해도가 향상될리는 만무하다. 이해가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아이들에게 이해를 하라고 하면 그저 공부 시간을 많이 쓰라는 의미로 다가갈 뿐이다. 


분명 '이해'하는 것이 기억에서 더 꺼내쓰기 쉽고 효과적인 학습법 같지만, 암기가 필요한 때도 있다. 첫 번째, 반복적으로 머릿 속에서 꺼내 써야하는 경우이다. 이는 수학 공식이나, 사회 과목의 몇몇 개념이나 법칙에 해당한다. 둘 째, 이해가 어려운데 암기라도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운 경우이다. 이는 실제로 수많은 교과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암기를 채택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장은 잘 몰라도 우선 암기한 후에 끝까지 공부하고 나면 오히려 쉽게 이해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맥락과 연결성이 필요한데 그렇지 않은 내용들에 대해선 오히려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효과적인 암기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더 나은 학습법일 때도 많다. 국사 시간에 몇몇 사건들을 약어로 만들어서 외우는 방식처럼 말이다. 



물론 자녀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 암기 전략을 써야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메타 인지를 기르는 것이다. 


당장 시험 점수만이 성과 지표로 주어진다면 아이들은 고되게 생각하며 이해하는 것보다, 손쉬운 암기 전략을 써버릴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저 암기하고 넘어가서 빨리 뒷내용을 살펴보아야 할 때에, 이해되지 않는 것을 붙들고 시간 낭비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부모 혹은 교사가 옆에서 같이, 언제 이해 전략과 암기 전략을 써야하는지 함께 고민해주며 아이의 관점을 길러주는 수 밖에는 없다. 물론 대부분의 학습 내용은 이해가 더 중요하겠지만, 효과적인 암기의 힘이 때로는 아이들을 더욱 앞서나가게 한다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이 에세이에 대한 좀 더 상세한 내용은 2020년 1월 22일 출간된 저서 '논술형 엄마들'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yes24.com/Product/Goods/86151777?Acod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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