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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평화 Oct 13. 2019

당신도 자녀에게 '특별함'으로 부담을 주고 있진 않은가


남들과 다를 수도, 또 같을 수도 있어야 한다



논술을 가르치다 보면 종종 '특별함'을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남들과 똑같은 내용을 써내면 점수 받을 수 없다고 그랬어요." 이러한 태도는 입시 논술이 아니라 입학사정관 서류 준비나 수시 입학 자기소개서가 되면 더욱 심해진다.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위해, 다른 아이들에게는 없는 것을 부각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특별하면 좋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상위 1% 논술형 인간들은 굳이 '특별함'을 애써 추구하는 이들이 아니었다. 특별함은 일부러 남들과 달라지고자 노력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에 대한 깊은 고민 혹은 철저한 분석에서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필자는 항상 학생들에게 '선모범, 후개성'을 강조하곤 했다 


이것은 발상에서부터, 논리, 작문에 이르기까지 논술적 사고와 학습 전체에 필요한 지침이다. 자칫하면 학생들은 독창성(Originality)이라는 것을 오해할 수 있다. 독창성이란 단지 '남들과 다르게 툭 튀어나온' 무언가라는 의미가 아니다. 고유한 색깔과 모양을 지녀서 빛이 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이것은 입시 논술의 합격 전략에서도 마찬가지이며, 면접은 물론, 아이들이 거쳐야 하는 수많은 관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기업의 입사 면접에서도 사람들은 창의적 인재나 열정 등의 가치를 요구하지만, 그 모든 것은 '충분한 모범'을 완수한 후에만 인정받을 수 있다. 이것이 이 사회가 갖고 있는 현실의 일면이다.



뭐라도 특별해보이지 않으면 불안함을 갖는 아이들?


한 번은 대안학교를 중퇴하고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한 편으로는 대안교육의 역설을 겪은 학생이 아니었나 싶다. 그 학생은 제도권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일반고를 자퇴하고 대안학교로 옮겼고, 그마저 중퇴한 후에 혼자 검정고시를 준비하여 대입 자격을 획득한 친구였다. 


학생이 '남들과 달라져야 한다'라는 강박을 갖고 있어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과 다른 삶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그 특수한 성격이 강조되어야만 자신의 삶이 의미있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남다르고 특별한 부분을 심화시켜서 계발하는 것도 좋지만, 중고등학교의 교육 과정에서 배워야할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다.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선 대중의 보편적 사고방식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 의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먼저 '보통'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단계를 거치지 못하면, 그 또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특별함보다 어울림이 중요한 시기도 분명히 있다


나는 학부모님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곤 했다. "본인의 자녀가 정말 0.1%의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면 보편적 사고 방식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훌륭한 논술형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 중 하나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이해하고 본인의 논지에 담을 수 있는 자질이다. 전혀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인간, 한 편으로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장외 인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들을 모범적으로 완수하면서도 그 안에서 창의성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길러 주는 것이, 한편으로는 교육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우리 아이는 특별해야해'라는 강박을 갖고 있는 어머님이 계시다면, 그런 마음으로는 오히려 아이가 특별해지지 않는다는 점만은 말씀드리고 싶다. 잘못된 강박은 오히려 자유로운 생각을 제한하는 덫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비판적인 사고를 계발시켜주고 자기 생각을 펼칠 자유와 계기를 만들어준다면, 그 색깔은 제각각일지라도 어느 순간 특별한 아이가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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