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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평화 Oct 11. 2019

'그 놈의 해리포터'를 넘어서는 독서를 위해

자녀에게 책을 선별하여 읽는 방법 가르치기


책을 아예 읽지 않은 사람보다 더욱 위험한 사람은, 오직 한 권의 책만을 읽은 사람이다. 


조금 과장해보자면 그런 사람은 그 한 권의 책이 세상 지식의 전부이며, 그것이 진리라고 믿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자신이 처음 접한 몇 권의 책에 과도하게 매료되어 버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 가장 처음 읽은 감명 깊은 소설이 자신에게 최고의 소설이 되어버린다거나, 선생님이 추천해주었던 책 한 권이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라고 얘기하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가장 좋았던 책'이 무엇인지 쉽게 대답할 수 있지만, '얼마나 여러 권 중에서 그 책이 가장 좋았던 거니' 라는 질문에는 어쩐지 아이들이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그리고 여러 권의 책 중에서 어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보통 '그림이 많은 책'이거나 '재미있는 책'이다. 이것이 아주 현실적인 반응이다. 


여담이지만 수업을 하면서, 아무리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건 못하는 학생이건 자기 인생 최고의 책으로 '해리포터'를 드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가장 감명 깊었거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물어볼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그 놈의 해리포터,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선생님, 진짜 해리포터에는 인생이 담겨 있어요."라는 얘기에 "그래, 원래 모든 성장소설은 감동적인 거야" 라고 대답하곤 했다. 꼭 해리포터가 좋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한창 해리포터 열풍이 불 때에 성장기를 보낸 아이들은, 태어나서 그렇게 열심히 읽어 본 책이 거의 해리포터 시리즈 밖에 없으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많은 젊은이들 마음 속의 명작도서(?) 해리포터 시리즈


해리포터가 아니라고 해도 대부분 아이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청소년 추천 도서나, 교과 교육과 관련된 책들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청소년 추천 도서가 나쁜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청소년 추천 도서를 성실하게 읽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점은, 보통 아이들과 논술형 인간인 아이들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어떤 책'을 읽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아이들의 독서 범주는 청소년 추천 도서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성공하는 똑똑한 아이들 중 상당수는 그 이상의 독서 습관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책이 건강에 좋은 책인지 알아가는 방법은, 

크게 '여러 개 비교하기'와 '다른 사람의 평가 참고하기'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아도 책 한 권을 놓고 보았을 때에, 그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 한 번에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기준점이 있거나 비교 대상이 생기면 쉬워진다. 필자는 종종 지도 하는 학생과 서점에 가는 경우도 있는데, 책을 선물로 사주기 전에 꼭 비슷한 분야에서 책 3권을 골라보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그 3권 중에서 가장 좋아보이는 책을 선택하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책을 한 권만 볼 때와 달리,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비교하고 분석하는 태도가 생기게 된다. 3권을 놓고 보면서, 저자의 약력을 보고, 서문을 보고, 목차를 보고, 앞부분 1~2장 정도를 보며 문장과 표현을 보고,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면 답을 주지 않아도 보통 아이들도 어떤 책이 건강한 책이거 더 좋은 책인지 스스로 알게 된다. 아이들이 그렇게 비교하고 생각헤서 고르는 책은, 결과적으로 필자가 보기에 좋다고 생각했던 것과 거의 일치한다.

 

이렇게 책을 항상 한 권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비교해가며 선별하는 습관은 장기적으로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 스스로 여러 개의 기준을 갖게 된다. 갖고 다니면서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 어떤 분야에 대해 깊게 이해하기에 좋은 책, 학교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 책, 이렇게 읽는 책의 정체성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시각을 얻기 위해선 여러 책을 비교 분석하며 선별해보는 습관을 어려서부터 들이는 것이 좋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사서추천도서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의 서평뿐 만 아니라, 여러 도서관 추천 도서나 기관에서 나오는 추천 도서 목록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 이 글의 서두에서 얘기했듯이 막연하게 추천 도서의 틀에 갇히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서 얘기한 내용들을 모두 숙지했다면 이제 추천 도서 목록을 능동적으로 활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도서관 사서들의 추천 도서는 사서의 의견이 덧붙여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관에서 선정하는 권장 도서 등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사서들은 책에 대한 전문가들이고 단지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것이 아니라 방향과 목적을 담아 추천의 글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내용을 읽고 구체적으로 참고하여, 좋은 책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또한 독서 지도를 하는 부모들에게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책 한 권을 고르더라도 아이 스스로 고르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다. 


똑같은 책이라도 엄마가 권장 도서에서 찾아서 읽으라고 들이미는 것과, 아이가 찾고 찾고 고민해서 선택해서 읽게 되는 것은, 그 동기 부여에 큰 차이가 생긴다. 당연히 아이들은 자기가 고민해서 선택한 책을 더 애착을 갖고 읽게 된다. 그렇게 해서 찾은 좋은 책이라면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어도 괜찮다.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은, 매번 책의 내용이 어떻게 다르게 읽히는지 배워가며 새로운 의미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만큼 책은 고르고 선별해서 읽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인데, 또한 책을 고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백화점에 나가서 물건을 고를 때에도 쇼핑 자체의 재미가 있듯이, 책을 고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음을 아이들에게 일깨워줘야 한다. 




2019년 10월, 서평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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