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이의 중간고사가 끝났다. 잘한 과목보다 부족한 과목에 눈길이 간다. 눈길만 가야 하는데 기말고사를 잘 보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머리가 복잡하다. 일반고를 간다면야 중학교 3년 동안 연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과학고를 희망하는 아이의 성적표는 매번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과학고를 가려면 특히나 과학은 더 잘해야 하는 거 아냐? 과학공부에 제일 시간을 적게 들인 것 같은데? 시간 조절을 잘했어야지."
아이의 고개가 떨구어지고 낯빛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며 아차 싶다. 시험 기간 동안 지켜보며 참았던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중간고사 과목이었던 국영수과 중에 국영수는 잘했는데 그건 왜 칭찬해 주지 않느냐는 말을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들릴락 말락 하게 말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꼭 닫힌 방문을 보며 오늘도 어김없이 후회하는 엄마가 되었다.
엄마로서 기술이 한 참 부족하다. '지켜보기'는 육아 기술 중에 굉장히 수준 높은 기술임이 틀림없다.
'아이가 실수라도하면 당장 달려가 도와주고는 싶지만, 아이가 스스로 위기를 해져 나갈 것이라 믿고 손 내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 것이고 이것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것.'이 '지켜보기'라고 한다.
당장 달려가진 않았다. 시험 기간 동안 집중을 못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목격할 때마다 꾹 참았다. 개념공부에 너무 몰두해서 문제집을 다 못 풀 것 같아서 조언을 하고 싶었지만 또 참았다. 했어야 했나? 나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지켜보기를 했는데 아이가 느끼기에 감시하는 눈길이라고 생각되었나 보다. 도서관이나 독서실보다 집이 편하다고 하고선 엄마의 눈길이 부담스러웠다니 어쩌란 말인가. 안대와 귀마개 사러 마트에 가야겠다.
동네어귀에 시험기간이면 유독 걷고 뛰는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를 알겠다. 맘카페 게시판에서 시험기간이면 속 터져서 밥 챙겨주고 나와서 걷는다는 글들도 자주 봤던 것 같다. 아이가 집에서 공부한다고 하면 나가야 하는 거다. 시험기간에는 '지켜보기'를 다른 말로 '밖으로 나가기'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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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위태로운 나날을 꾹 참으며 보내는 부모들의 하루하루에 존경을 표합니다. 그렇기에 아이를 지켜보고 있을 때는 부모 자신에게도 '잘하고 있다'격려해 주세요. 그만큼 어렵고 훌륭한 일을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 아이를 무너트리는 말,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말> 중에서
그럼 그럼, 시험기간은 위태로운 기간이다. "공부해라, 일찍 일어나라, 집중해라." 평상시 잘 지켜오던 '지켜보기'가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기간이다. 곧 고등학생인 태정이의 중간고사다. 그러니 비가 쏟아져도 나갈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해야 된다. 헬스장을 다니는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