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늦게 일어났다. 태정이가 어젠 개학 첫날이라 일찍 일어났었나 보다. 낯선 이들을 20명이나 넘게 한꺼번에 마주하는 일이 아무렇지 않을 순 없지. 작년에 친했던 H랑은 같은 반이 됐고 봉사활동도 같이하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더욱이 담임 선생님이 좋으신 분 같다고 하니 또 다행이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겠네. 마음속으로만 생각했음.)
H군은 반에서 1등이었고 그의 누나는 이번 대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태정이도 옆에서 자극을 받으며 뭐든 열심히 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H가 농구 상대로 베스트라며 헤벌죽 웃는다. 나는 요 며칠 계속 헛다리를 짚고 있다. 담임 선생님은 태정이가 약한 과목인 수학 담당. 득일까 실일까? 자꾸만 성적 하고만 연결 짓는 나는 속물인가 보다.
나도 담임이 수학선생님이잖아. 남자고. 첫인상이 순하고 좋으신 분. 태정이가 선생님께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것 같아. 성적으로만 아이들을 줄 세우지 않고 인성을 중요시하는 선생님. 이과인데 수학 성적이 안 나와서 속상하지만 선생님이 차별한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지 않았고 내가 작아서 그런지 많이 챙겨주시는 것 같아. 내가 수업 시간에 엎어져 자거나 싹수없는 학생은 아니잖아. 태정이의 담임 선생님 마음은 안내자료나 학부모께 전해준 편지만 읽어도 묻어나네.
'아이들을 지도하기에 앞서 저 스스로 좋은 사람, 멋진 어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학생들에게 휘둘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태정이 성격에 너무 착하기만 한 선생님은 답답할 수도 있으니깐.
너무 흥분하지 말고 가만히 지켜봐 줘. 선생님이 너무 좋은 것 같다고 설레발치지 말고. H에 대해서도 먼저 말하지 마. 괜히 비교하게 돼서 태정이를 화나게 할지도 모르잖아. 친구든 선생님이든 태정이가 그들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궁금해도 참도록. 얘기를 하면 잘 들어줘. 그런 엄마가 돼줘.
그런 엄마를 바라.
엄마가 된 나도 태정이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