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글 썼어요?"
새해가 되면 다짐을 한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새로운 마음으로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2025년 새해도 한결같이 계획을 세웠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올해 글 100개를 꼭 채울 거야."라며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속마음은 이제 중3, 고2 이가 되는 아들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을 거다.
"네, 꼭 해내세요."
아이들의 계획은 듣지 못한 채 식사는 끝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둘째 아들은 남편을 닮았다. 등교할 땐 "엄마, 오늘은 뭐 하고 지내실 건가요? 재미나게 보내세요.", 하교하면 "엄마, 점심은 챙겨드셨죠? 뭐 드셨나요?"라고 다정히 물어봐준다.
그러더니 최근에 안부 인사가 바뀌었다.
"엄마, 글 썼어요?"
기말고사 기간인 아이들에게 일요일 저녁 식사를 하며 "공부는 하고 있지?"라고 물어봤다. "어휴, 잔소리는 싫은데. 엄마한테 매일 글 썼냐고 물어보면 좋겠어요?", "얘들아 엄마는 잔소리 듣고 싶어. 글 좀 쓰게." 이렇게 말한 다음날 아침부터 성실한 둘째가 시작했다. 잔소리를.
오늘 아침에도 등교하며 물어본다.
"엄마, 어제 글 썼어요?"
"응, 어제 썼어. 오늘도 써야지. 뭐 쓰지..."
"아들의 잔소리에 대해 쓰는 거 어때요? 기분이 어떤지?"
오호~ 글감을 던져주기까지 하는 둘째.
속으로는 엄마도 당해보라일까? 아니야, 엄마를 사랑해서 일 거라고 내 맘대로 상상한다. 오늘은 아이 덕분에 글 한편을 쓰고 있다.
엄마한테 듣던 잔소리는 그렇게 싫었는데, 자식한테 잔소리를 들으니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솔선수범했으니 이제는 자신 있게 잔소리할 기회를 얻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