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별일기 Mar 08. 2021

앱 창업, 첫 업데이트로 알게 된 사실

수 많은 시도는 실패하기 위한 시도이다



사업, 주식, 부동산과 같은 투기성에는
 반드시 실패할 확률이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니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후회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걸 감수해야 하는 것이 창업이고 사업입니다
- 법륜스님-




"은진아, 나 이번에 에어컨 살려고 하는데 최신 상품으로 살까? 아니면 구형 제품으로 살까?"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가을에 결혼식을 올린 후 시간이 흘러 뜨끈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이 우리의 신혼집에 찾아왔다. 가을에 결혼했기에  급하게 필요한 제품이 아닌 에어컨을 미리 사두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는 계절이 우리에게 오고 있었고, 급하게 필요하게 된 제품, 에어컨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의 질문에 은진이는 말하였다.



"사택에서 이사 갈 거면 그냥 구형 사도 될 것 같아. 요즘 아파트는 빌트인이 되어있거든"

"그래?"



친구 은진에게도 물어보았지만 결정하기에 마음이 석연치 않아 직장 동료들에게도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 마저 모자란 느낌이 들어 에어컨 관련 인터넷 후기를 닥치는 대로 다 읽어내기 시작하였다.

손해 보기 싫어하는 내 마음으로 인해 구입 결정의 시간은 꽤 길어졌고 그 과정에서는 나는 조금 지쳐갔다.



에어컨 그 까짓게 뭐라고...



그렇게 본격적인 여름이 왔고 결론적으로 나는 최신형 에어컨을 사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 집에서 가장 말썽을 일으키는 전자제품은 그때 산 에어컨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에어컨이 문제가 아니었다.

물건 하나를 사도 '실패'하기를 싫어하는 내 문제였다.


각 에어컨마다의 장단점이 존재하는 게 당연한 것을,

 나는 100% 완벽한 장점만이 있는 에어컨을 원했다.

아마 그런 이유로 긴 시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결정하는 것에 지쳐 최신형 에어컨을 사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창업을 시작하였다.


" 앱의 이 기능은 이상한 것 같아"

" 기획한 타겟층이 들어오지 않고 다른 타겟층이 들어오고 있잖아"

" 지금 앱이 내가 기획한 대로 되고 있지 않아"

" 이건 이게 문제야! 이건 이게 문제고!"

.

.

.

.

그러니깐 내 말은 이건 앱의 문제라고!!


창업 후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앱을 바라보며 운영자인 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를 하였고 그 결과 앱 론칭 3개월 만에 무리하게 업데이트를 감행했다. 결론적으로 업데이트 후 개선된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안고 있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업데이트 한번 한다고 드라마틱한 성공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업데이트는 그저 '시도'일뿐이었다.

이 시도에는 두 가지 기준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유저들의 원하는 개선 사항을 반영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운영자가 좀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도.



나의 경우는 두번째를 위한 업데이트를 감행했다.

시도에도 성공과 실패가 동등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처음으로 창업을 시작했던 나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나는 업데이트를 한번 하면 굉장히 드라마틱한 성공적인 변화가 일어날 줄 알았기에

업데이트 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좌절하며 다시 마음을 잡기 힘들어하였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던 중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사업을 하고 있는 언니는 내게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총, 이 일을 계속하려면 너의 완벽주의 성향은 버려야 해"

"....."

"가끔은 흐르는 대로 그냥 둬. 네 뜻대로 하려 하지 말고, 원래 뭐든 그런 거야"



언니의 조언을 듣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문제는 앱이 아닌 나였음을.


나는 분명 알고 있었다.

주식, 부동산, 창업과 같은 투기성이 높은 활동에는 반드시 실패할 위험이 높다는 것을.

하지만 시작할 때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보지  않았다.

대표라는 직함, 나만의 가치 실현과 성공의 환상이 너무나 크고 달콤해서 맛없는 현실을 맛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환상 만을 바라보고 시작했던 나의 첫 창업은 아직 실패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와 노력을 이어 가고 있고 그렇게 조금씩 현실이라는 책임감을 기꺼이 짊어져 가고 있다.



아마도 현재 내 인생도  업데이트 시점인 듯하다.


나의 사업을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며 어제 보다 좀 더 나은 나와 좀 더 나은 앱이 되어가는 업데이트 시기


업데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공의 여부가 아니다.

업데이트에서 중요한 건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통해 전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닌 실패를 통한 개선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보다 좋아지고 있다면 성공의 여부는 생각보다 크게 중요해지지 않는다.


우연히 만난 50만 다운로드 앱 대표님은 10대 청소년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 Done is better than perfect"
(빠르게 실행하고 개선하라!)


이 말의 뜻은 실패 없는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패를 통해 성공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는 늘 스스로에게 이렇게 주문을 외운다.

"중요한 건 나아짐이다. 나아짐에는 실패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니 오늘도 모험을 즐겁게 즐겨보자"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새싹 창업가의 선택을 잘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