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름다운 영혼, 삶을 아름답게 하는.
여자친구와 벚꽃 함께 본 적 없다는 너와, 이번 봄엔 함께 꽃놀이 가자 했다. 도시락 직접 싸온다고 두 개의 보따리를 쥐고 오늘따라 옷도 차려입은 네가 너무 다정해보였다. 하마터면 연애 초창기 시절처럼 또 주체 못 할 정도로 흠뻑 빠질 뻔 했다! 쌍암공원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봄노래도 틀었다.
너는 평소 즐겨해 먹는 김치볶음밥에 그렇게나 많은 재료를 넣어본 적 없다 했다. 치킨도 따뜻하게 데워오고, 과일도 도막 잘라 차곡차곡 도시락에 넣어온 것이 얼마나 감동이던지!
그이 어머니가 챙겨주신, 푹신한 엉덩이 깔개와 도시락 식지 말라고 넣어주신 핫팩은 얼마나 센스가 넘치던지! 또 사실 공원까지 가는 데에는 아버님이 버스터미널에 있는 나를 직접 태우러 오셨다. 온 가족이 나와 너를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여주다니, 당신이란 사람은 내가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너와 같이 본 꽃은 다른 꽃들과는 분명 다른 벚꽃이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게 하고 만져보게 한 너와 나의 꽃이다. 우리가 본 것은 벚꽃일까? 아니면 벚꽃을 배경으로 한 서로일까? 벚꽃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맘때쯤 소풍을 가서 돗자리 피고 직접 해 온 음식을 먹을 수 있었을까?
저녁엔 어머님이 좋아하는 케이크를 들고가 소원을 이야기했다. 서로 소원을 비밀로 하기로 했지만, 사실 당신의 가족이 행복하길 빌었다. 사랑은 나보다 다른 이의 행복을 빌기도 하구나. 모쪼록 4월엔 당신에게 새롭고 좋은 경험과 추억이 함께하길 빈다.
벌써 내가 돌아가는 날이다. 네가 서울에서 광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탈 때, 버스가 떠난 후 몰래 눈물 훔친 것이 생각난다. 다음 만남까지 3주를 기약하며 시간 금방 갈거라고 급한 위로를 전한다. 원래 이별이란 가려고 마음먹는 사람보단 서로의 추억이 깃든 장소에 남는 사람에 더 힘든 것 같다. 다시 만날 건데도 잠깐의 이별도 왜 슬플까? 간격이 며칠이면 덜 슬플까? 널 어떻게 하면 더 자주 만날 수 있을까?
그럴 때마다 해결책으로 쉽게 나오는 말는 역시 돈이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비행기로 가면 한 시간도 안 걸리기에, 너무나도 만남이 쉬워진다는 것을 알기에 비행기값이 훗날 내 수입애 비해 껌값이 되면 좋겠다. 아니면 얼른 서울에 아파트를 사서 너와 함께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