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월 Jul 18. 2023

[방송기자연합회] 외신에는 있었고, 우리에겐 없었던 것

무겁지만 찍을 만해

현장 매뉴얼이 없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에 다녀온 국내 방송사 영상기자들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반면, 외신은 매뉴얼이 있었고, 그 덕에 다양한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영상기자 개인의 아쉬움만으로 묻어두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래서 외신 영상기자를 만나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김도균 로이터 영상기자 |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취재를 시작으로 대만 가오슝 지진, 미얀마 사이클론, 미얀마 내전, 홍콩 집회, 일본 동북아 대지진 등 재난 및 내전을 영상 취재했다.

이완근 JTBC 영상기자 |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현지 영상 취재했다.


“교육받지 못하면

자원해도 전쟁 취재할 수 없어”


이완근 JTBC 영상기자 출국 전 전쟁 취재 관련 교육을 별도로 받지 못했다. 타사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내 방송사들은 긴박하게 출국하는 분위기인데, 외신은 어떤 식으로 교육받나?


김도균 로이터 영상기자 로이터에는 Hostile Environment Training Courses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평소에 이 교육을 미리 받고, 교육받은 기자 중에서 선발한다. 뉴질랜드의 Key Objectives라는 보안 회사와 함께 교육한다. 외국 유명 언론사들은 거의 다 이 회사와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회사에는 특수 부대, 대테러 전문가 출신 강사가 있다. 이들이 취재 시 필요한 준비물, 현장 대응 방식 등을 기자들에게 교육한다.


이완근 JTBC 영상기자 이번 우크라이나 취재의 경우, 내가 스스로 지원했다. 외신에서는 자원해도 교육받지 못하면 나갈 수 없나?


김도균 로이터 영상기자 절대 나갈 수 없다. 교육 받은 사람 중 지원자를 받는다. 그리고 바뀌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5년에 1번씩 교육을 다시 받는다. 한 번 들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몇번 더 들어야 한다.


이완근 JTBC 영상기자 급하게 출국하고 보니 현장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 출국 직전 선배들의 조언만이 전부였다. 방탄조끼 이야기도 그때 처음 들었고. 검은색 프레스 완장을 들고 갔는데, 파란색이어야 한다는 것도 도착해서야 알았다.


김도균 로이터 영상기자 맞다. 언론사의 완장은 파란색이어야 하는 것이 국제 기준이다. 완장뿐만 아니라 복장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카메라도 들고 있지 않나. 바주카포로 오인당할 수 있다. 그렇기에 군인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복장은 더욱더 피해야 한다. 또한, 화염병이 오가는 환경으로 취재하러 갈 때는 입으면 안 되는 재질의 옷감까지도 교육에서 알려준다.


이완근 JTBC 영상기자 교육이 정말 세세한 것 같다.


김도균 로이터 영상기자 정말 세세하다. 여러 케이스에 대해서 다 염두에 둔다. 총기 종류에 따른 대응 방법은 물론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응법도 교육한다. 이런 상황일 때는 어디에 숨어라, 이런 상황일 때는 방탄조끼도 무용하니 무조건 피해야 한다 등 상황에 따른 대응 방법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납치되었을 때는 납치범과의 신뢰 형성이 제일 중요하다,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걸 이야기해야 한다 등을 배운다. 훈련도 실전처럼 한다. 교육받고 나서 납치가 된 적이 있었다. (웃음) 교육받은 다음 날 갑자기 수업 중에 내게 두건 씌우고 나를 포승줄로 묶어 어디론가 데려가기도 했다. 괴한이 버스에 올라타서 납치당하는 시뮬레이션도 한다. 납치범이 공포탄 쏘고, 버스 운전사는 도망가고 나는 여권이랑 지갑 다 뺏기는 상황도 벌어졌었다.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이 상황이 막상 벌어지면 매우 당황스럽다.



최고의 팀원, 최적의 장비


이완근 JTBC 영상기자 국내 언론사에서는 해외 출장을 가게 되면, 취재기자, 영상기자, 현지 코디네이터(통역, 현지 안내 등 담당, 코디) 이렇게 3명이 팀이 꾸려진다. 취재기자와 영상기자가 출국하면 현지에서 코디를 만난다.


김도균 로이터 영상기자 외신도 비슷하다. 교육을 받은 사람 중에 지원을 먼저 받는다. 확정되면 보안회사로부터 준비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 영상취재에 대한 준비는 내가 하지만, 안전과 대응에 대한 정보는 그 회사에서 듣는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방탄조끼, 헬멧, 신분증, 표지(완장), 비상식량 등을 준비한다. 그리고 코디 대신 우린 헬퍼helper라는 팀원이 있다. 헬퍼에 대한 1가지 철칙이 있다. 헬퍼는 반드시 현지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현장이 아닌 이상 한국인은 안 된다.


이완근 JTBC 영상기자 한국인보다 현지인이 취재에 동행하는 게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되긴 했다. 우리 역시도 국경을 넘어가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우크라이나 시장 인터뷰가 현장에서 필요했는데, 현지인 코디의 도움을 받아 건너갈 수 있었다.


김도균 로이터 영상기자 맞다. 우리는 한국어 잘하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현지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언어도 중요하지만, 간단한 영어만 되면 사실 취재 문제없다. 오히려,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지인이 필요하다. 험지 취재를 하다 보면 도심과 떨어진 시골로 들어가는 상황도 발생하는데, 현지인의 능력이 이때 빛을 발한다.


이완근 JTBC 영상기자 우리는 짐이 많지 않나. 그런데도 외신은 다양하게 찍은 영상들이 많은데, 주로 장비를 어떻게준비해 가나?


김도균 로이터 영상기자 ENG가 기본이지만, 전쟁과 같은 긴박한 상황에는 6mm 카메라만 들고 간다. 그 외의 부수 장비들은 취재기자, 영상기자, 헬퍼가 현장에서 나눠서 든다. 영상기자에겐 카메라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찍느냐가 중요하지. 누가 시켜서 렉 버튼REC button을 누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 때문에 영상기자를 외신에서는 비디오 저널리스트Video Journalist라 부른다.


직업적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매뉴얼과 교육이 필요해


이완근 JTBC 영상기자 구체적인 매뉴얼과 교육이 없는 게 국내 언론사의 한계인 것 같다. 부끄럽다.


김도균 로이터 영상기자 전쟁 및 재난 취재에 있어서 현장 매뉴얼과 교육이 없으니, 기자들의 현실감도 떨어진다. 초반에 대구에서 신천지발 코로나가 터졌을 때, 외신은 취재방식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있었다. 인터뷰할 때는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마주 보지 말고 등 돌리고 인터뷰해야 하고, 현장에서 자지 말고 먹지 말라 등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


이완근 JTBC 영상기자 기억난다. 코로나 초반에 나 포함 국내 취재진은 방호 장비 없이 우왕좌왕했었다. 그러나 외신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호복 입고 카메라 들고 있는 걸 봤었다.


김도균 로이터 영상기자 직업적 딜레마인데, 기자 일 하면서 위험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교육받으면 현장에서 최소한의 안전성은 확보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취재하는 것은 위험성을 높이는 행위다. 취재방식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을 받는 게 중요하다.


[특집] 우크라이나 전쟁과 우리의 현장 – 외신 VS 한국 언론, 전쟁 영상 취재 관련 대담 | 외신에는 있었고, 우리에겐 없었던 것

일시 2022년 4월 14일
장소 JTBC 사옥
참석자 김도균 로이터 영상기자, 이완근 JTBC 영상기자


* 이 글은 방송기자연합회 <방송기자>에 실렸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달의 영상기자상] 응급구조사가 된 세월호 생존 학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