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책을 샀다. 내 책을 쓰기 위한 레퍼런스를 찾을 때 중고서점을 간다. 여러 사람을 거쳐간 책들에서 오는 영감이 있다. 새책과 같은 A급 책보다는 손때도 묻어 있고, 가끔 한쪽 귀퉁이에 접혔던 흔적이나, 무심한 메모가 있는 책들을 만날 때 오는 반가움이 있다.
이번에는 크리스천의 일터에서의 삶을 한번 글로 엮어 보고 싶다. 수많은 신앙 서적이 있지만, 실제 일터에서의 살아가는 크리스천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전무하다. 성직자들이 쓴 "일상의 영성" 주제의 책이 존재할 뿐이다. 실제 일터에서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성직자들이 일상의 영성이라는 제목 책을 썼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팀켈러의 "일상의 영성" 속지에 쓰여있는 메모를 보고 내 생각이 좀 편협했다는 반성을 한다.
그들의 세계도 사회와 같은 관계와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배운다.
어떤 선교 단체의 선임 간사가 간사의 길을 그만두고, 일반직장으로 향하는 후배에게 선물했던 책인 듯 후배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격려를 담은 짧은 메모였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까다로운 선임간사와 일하느라 고생 많았을 텐데.
저도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어쩔 수 없었음을 이해해 주세요.
제 자리가 원래 그런 자리거든요
앞으로 가시는 새직장에서도 저보다 더 무서운 선임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가는 길에 이 책 읽으시고, 더 무장되어 탁월하고 가슴 뛰게 일하시길 기대할게요
이 책에 나오는 대로, 일이 밥벌이가 되는 게 아니라,
소명이 되길 기도 합니다.
이 책을 받아 든 책 주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책을 건네는 것은 내 마음을 건네는 일이다. 얼굴 대 놓고 하기 부끄러운 고백일 수도 있고, 상대에 대한 기대와 격려일 수 도 있다. 또 때로는 상대방에 대한 불만과 충고를 글에 빗대어 건넬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불만스러운 감정이 있을 때, 그 마음을 담아 책을 선물하는 것은 상대에게 독화살을 쏘는 것과 같다. 같은 책을 선물해도, 기대와 사랑을 담았을 때는 받는 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