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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란 Dec 08. 2023

그것까지 잘하지는 마라

일상단상

카레를 하려고 감자박스를 여니

시골에서 보내 준 감자가 딱 세 알 남았다.

회사를 다닐 땐

미녀가 잠들어 있는 성 주변에 자라난 가시나무처럼

무성히 자라난 줄기에

늘 반 이상 버리곤 했다.

그만두고 살림할 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살림이 깔끔해지고

버리는 식재료도 줄었다.

가끔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하는

후배들이 집에 오면

언니는 살림을 잘하시네요~

란 인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 사람 몫의 일을 하고 있는 그녀 혹은 그들.

아이를 키우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니 힘들어도 어쩔 수 없지만

살림까지 잘하려고는 하지 마라고

얘기해 준다.

그것까지 잘하려 하지 말라고,

이미 충분히 넘칠 만큼 잘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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