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를 하려고 감자박스를 여니
시골에서 보내 준 감자가 딱 세 알 남았다.
회사를 다닐 땐
미녀가 잠들어 있는 성 주변에 자라난 가시나무처럼
무성히 자라난 줄기에
늘 반 이상 버리곤 했다.
그만두고 살림할 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살림이 깔끔해지고
버리는 식재료도 줄었다.
가끔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하는
후배들이 집에 오면
언니는 살림을 잘하시네요~
란 인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 사람 몫의 일을 하고 있는 그녀 혹은 그들.
아이를 키우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니 힘들어도 어쩔 수 없지만
살림까지 잘하려고는 하지 마라고
얘기해 준다.
그것까지 잘하려 하지 말라고,
이미 충분히 넘칠 만큼 잘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