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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란 Jan 14. 2024

도깨비방망이

일상단상

새해다.

푸른 용의 해라고 하니 뭔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한 해를 넘겼지만, 바뀌어버린 계산 덕에

나이는 먹지 않았다.


연초부터

그나마 자신하던 건강은 무너져

감기에 일주일을 드러눕고,

갓생을 살고자 술을 줄였지만

오랜만에 마신 술은

생전 없던 술병을 안겨줬다.


까똑.

글을 쓰는 친구에게서

'내 글이 너무 쓰레기 같을 땐 어쩌지? '

라는 자조 섞인 메시지가 왔다.

'다시 쓰면 되지요~'라고

속 편한 답장을 보낸다.

'뚝딱하고 그냥 글 잘 쓰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라는 친구의 말에

'나도 뚝딱하고 뭐라도 됐으면 좋겠다.'

라고 답장을 보내고

'뚝딱'하고 되뇌다,

해야 할 일거리를 들고 집을 나선다.


새해가 됐지만,

여전히 난 누가 보기엔 내세울 것 없고

누군가에게 부탁한 적 없는 걱정을 듣고

계획한 것은 맞지 않는 킬힐처럼 삐끗거리고

해야 할 일은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삶은 탁하게 바래 빛나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에게 '뚝딱'하고 소원을 이뤄줄 도깨비방망이가 없다.


하지만 어쩌랴

2024년 1월 1일도

2023년 12월 31일의 다음날이고

2024년 1월 2일의 하루 전날일 뿐이기도 하듯,

그저 삐걱대는 구두를 신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고

좀처럼 광택이 나지 않는 보석을

오늘도 묵묵히 닦아볼 뿐.

그렇게 내게 또 주어진 오늘은 조금 더 잘 살아가보려 노력할 뿐인 것이다.


그러다 보면

'뚝딱'은 아니더라도

구두는 발에 익숙해지고, 보석은 조금씩 반짝일지도 모르며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을 달고 런웨이를 누비고 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날

어느 날 '뚝딱'하고 그리된 듯,

내가 도깨비방망이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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