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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란 Jan 19. 2024

얄팍한 교양

나 자신을 알라

교양하면,

교오양~교양~

이게 내 교양이다!

라며 김희애의 머리채를 잡는 하유미가 먼저 생각난다.

교양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지식 쪽에 가까운 거 같지만

드라마에서 처럼 사람으로서, 좀 괜찮기 위한 생각과 행동 양식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가 꽤 교오양 있는 '자'라고 생각해 왔는데, 비행기를 타려다 그 생각이 파삭 깨졌다.


사건의 발단은

나의 착각이었다

카카오톡으로 온 항공기 예매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떠있는 상태에서 보다 보니 거기에 적힌 10시라는 시간을 출발시간으로 생각했나 보다.

천천히 나가서 공항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겠단 생각을 하며 온라인체크인을 하려 메시지를 확인하니 에구머니나!

10시는 도착시간이었던 것.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공항에 도착해 탑승장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사람이 많다.

바쁜 시간 때문에 조바심인지 짜증인지 모를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와중에 공항보안검색 요원이 탑승권과 신분증을 확인하게 됐다.

투명한 카드 지갑 속 신분증을 보여주니, 빼서 보여주라 한다.

1차적 위기를 누르고 카드지갑에 걸린 고리를 빼내다 카드지갑을 떨어뜨렸다.

지갑을 주워 신분증을 건네주고 확인을 받는다.

기분 탓인 듯 왠지 보통 때 보다 더 자세히 보는 거 같다,

'적당히 좀 하지~!' 하는 생각과 함께 불쾌가 휘몰아쳐 확인이 끝나 신분증을 다시 내미는 손에서  획하고 낚아채듯 뺏어 들고야 만다.

아마도 나의 불쾌를 느꼈으리라.


순간, 나의 얄팍한 교오양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음이 느껴졌고 부끄러운 맘이 빈 교오양의 공간을 채운다.

그리 큰 일도 아닌 나의 입장이 우선일 뿐인 얄팍한 교오양이라니.

다행히 금세 교오양의 옷을 주워 입고 보안검색대에서 시간을 지체시키는 아이를 업은 엄마를 교오양 있게 맘의 여유를 가지고 도와준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의 교양은 이리도 얄팍하니,

교오양 있는 녀자가 되려면 늘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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