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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아버지카페 딸 Dec 06. 2022

모든 사건의 시작.  

마녀커피 


글쎄. 이 사건의 시작을 말하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한 번쯤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꽤 여러날 고민을 해 본적이 있었어. 사건을 마딱드린 그 순간을 이야기하자면, 맥락없이 엉뚱하기만 할테고, 내게 일어난 사건들의 기원을 이야기하자면, 이건 창세기에 버금갈 만큼 장황할테니까. 내가 길가메쉬나 헤라클레스처럼 대단한 인물도 아니고, 무엇보다 내 삶에는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어떠한 신화도 어떠한 징조도, 그리고 가능성도 없었어. 이제 고작 서른살이 넘은 여자에게 아무런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좀 슬픈 이야기이긴 하네. 그렇다고 이게 또 심금을 울릴만큼은 아니야. 


그래, 나도 요즈음 사람이니까. 


그러고보면 요즈음 사람들의 삶처럼 안쓰러운 것도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어떤 가능성도 없고, 어떤 감동도 없는 삶. 그러면서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늘 강요받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여러가지  것들. 트랜드, 문화, 그리고 온갖 미디어들. 그것들은 우리 스스로 감동적이지 않은 삶에서 어떻게든 감동을 끄집어 내려고 애를 쓰지. 어떻게든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가기를. 그게 어떤 형태이든 말이야. 거대한 왕국을 건설하던, 작고 소소한 만족과 행복에 연연하든. 우리 스스로를 참 못되게 볶아대지. 


아니라구? 

그럼 네가 가진 것들, 네가 하고 있는 온갖 것들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봐. 아주, 정직하고 성실하게. 

그러면 내 말이 건방진 비약이 아니라는 것을 너, 스스로 알 수 있을거야.   


아무튼,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시작도 하기전에 커다란 실뭉텅이를 만난 기분이었지.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쾌도 난마,  복잡한 것은 아주 단순한 것부터 풀어가야 한다는 진리였지. 그렇다고 그게 꼭 빠르고 속 시원한 방법은 아니야. 다만, 끝까지 지치거나 질리지 않고 꾸준히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야. 단순함은 또 다른 단순함을 정복하는 최선의 방법이거든. 


마음을 내려놓는 방법. 


난,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한번에 마음을 내려놓을 수는 없어. 몸에서 힘을 빼는 일처럼 말이야. 

그래서 일단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하기로 했어.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다보면 언젠가는 끝에 다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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