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할아버지카페 딸 Nov 19. 2022

당신은 가을에게 인사를 건네 본 적 있나요?

많은 사람이 생각하길, 카페 주인의 일상은 퍽 낭만적일 거라고 여긴다. 

느지막이 출근을 해서 가게 문을 열고

따스한 햇살을 가게 안 깊숙이 들이고, 

조용하고 평온한 가운데, 

그다지 자극성 없는 재즈 음악이나, 

바흐나 멘델스존의 무겁지 않은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츠-, 하고 머신에서 갓 내린 에스프레소 한잔을 들이키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 지루하다 싶을 때 가게에 알림 벨이 울리고, 

손님이 찾아온다. 

그것도 커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소양을 가졌으면서도 

겸손하고 상냥한 손님... 

거기다 일부러 우리 집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아온 손님... 


남들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앞서의 이야기처럼 선명하고 똑 부러지지는 않아도, 

짐짓 카페라면 그래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의 심상을 뭉글뭉글 추상적으로나마 그렇게 그리고 있었다. 


헌데, 웬걸 막상 카페를 맞고 보니 세상 이렇게 빡센(?) 직업이 없었다. 

아무리 코딱지 만한 가게라도 가게만의 우아함을 위해 치러야 할 희생이 적지 않았다. 


바리스타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내는 것 외에도, 

가게를 위한 일종의 도우미나 하녀 삼월이 와도 같다. 

아침마다 출근을 해서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해야 하는 

화장실 청소, 바닥청소는 말할 것도 없고 

날마다 쏟아지는 가게 비품과 재료들의 택배 상자들을 정리해서 

그것도 모양 좋게 쌓아두어야 하고, 

머신도 시기를 놓치지 않고, 

거대한 동물의 잇속을 양치질하듯이  솔로 문질러 박박 닦아야 한다. 

제빙기나, 아이스 음료에 필수인 블랜더도 마찬가지다. 

매 순간 가게 안에 수북이 떨어지는 커피의 분진들을 틈틈이 

손님의 귀에 거슬리지 않도록 눈치껏 진공청소기를 돌려야 한다. 

그리고 틈틈이 아침에 출근을 앞두고 가게를 찾는 손님을 위해서 

상냥한 미소를 머금지 않으면 안 된다. 

낯 모르는 손님의 하루가 카페 주인의 인상 하나로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가게에서 파는 디저트를 구워야 하고, 

진열장에 들어있는 음료들도 점검해야 한다. 

거기에 매 시간마다 가게를 찾아오는 여러 스타일의 

손님들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시간은 오후를 훌쩍 지나서 컴컴한 저녁이 되어간다. 


그건 나 하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네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이라면 누구나 다 비슷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오늘 아침 가게에 나와보니, 

가게 문 앞에 아직 쓸지 않은 낙엽이며 단풍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식 비슷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조용히 나는 읊조린다. 

늦었지만, 어색하게나마 계절의 안부를 묻는다. 


안녕하세요. 가을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