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참 좋다”라고 간지럽지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이라는 존재를 아끼고 존중하며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다. ‘당신’이 있음으로 인해 ‘나’라는 사람도 존재하며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니 당신과 나와 우리가 걸어가는 인생의 여정이, 많은 순간들이 좋을 수밖에 없다.
최윤석 작가의 <당신이 있어 참 좋다>라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작가는 방송국 프로그램 기획자다.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는 일을 한다. PD가 글을 쓴다면 드라마 대본이나 시나리오 혹은 소설을 씀직하다. 물론 그는 소설도 쓴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센스 넘치게. 매우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당신이 있어 참 좋다>는 에세이집이다. 한 남자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을 진솔하고도 담백하게 그려낸 인생 이야기다. 천성이 이야기꾼인 작가의 유머와 재치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감동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단단히 잡은 책이다.
이야기의 구성은 크게 세 가지다.
PART 1 에는 작가의 고백과 성찰이 담겼다.나이는 먹었지만, 많은 일들을 겪으며 용감하게 살아가지만 ‘아직도 나는 겁쟁이’라고 고백한다. 부끄러웠던 일들과 간과했었던 일에 반성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빙빙 돌더라도 자주 뒤를 돌아보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PRRT 2 에는 사람을 대하는 작가의 선한 마음과 따뜻한 시선이 담겼다. 우상이었던 최수종 배우가 멘토가 된 이야기, 많은 것을 희생하며 살아온 아내에 대한 고마움, 붕어빵 아줌마에 대한 따뜻한 기억들 속에서 정직하게 살고 감사하며 살겠다는 진심을 털어놓는다.
PART 3 에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올바른 지향에 대한 신념이 담겼다. 로마의 호텔에서 마주한 편견에 대한 질문, 토론토에서 만난 홈리스, 조지프에게서 배운 낮은 자세, 인생 최고의 스승에 대한 존경과 공감의 연대… 그 속에서 작가는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고 ‘우리’가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는 삶을 꿈꾼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오솔길을 내어줄 준비가 되었나 질문을 던져본다.
누군가 지친 사람이 와서 앉아 쉴 수 있는 자리, 따뜻한 햇볕이 닿는 곳에 작은 등나무 의자 갖다 놓고, 혹여 누가 실수로 꽃 한 송이 꺾을지라도 살랑이는 바람으로 나그네의 땀방울을 말려주는…,
나는 그런 오솔길이 되고 싶다. (P 106)
삶이란 누군가를 내 편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서 슬플 때 같이 슬퍼하고 즐거울 때 같이 즐거운 사람을 찾는 과정이 바로 인생이다.
온 마음을 다해 희로애락을 나눌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진정한 축복이다. (P 218)
작가는 말한다.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미리 아는 것은 재미없다고. 그러나 달콤하든 쓰디쓰든 언젠가는 먹어야 하는 초콜릿 같은 것이 인생이라고. 이왕 먹어야 하는 초콜릿이라면 그 초콜릿은 달콤한 것이 좋을 것이다. 초콜릿은 ‘나’와 ‘당신’과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기댈 어깨를 내어주며,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먹을 때 가장 달콤할 것이다. 작가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아는 사람이다.
<당신이 있어 참 좋다>가 바로 달콤한 초콜릿이다.
덧)
최윤석 작가와는 인연이 깊다. 최윤석이라는 이름보다는 '초이스'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지만...
재작년 어느 날, 깊은 밤 같은 시간에 서로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킥킥 웃고, 글 정말 좋다며 짱! 을 외쳐대다 맞구독을 누른 사이다. '맞구독'이란 연결고리만으로도 끈끈한 사이련만 내친김에, 글에 매료된 김에 <작당모의>라는 매거진을 함께 만들어 나갔다. 진샤 작가, 진우 작가와 이렇게 넷이었다. 글을 쓰며 서로 카톡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최윤석 작가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은 이제 대략 안다. 성실하고 정직하고 정의롭고 선하며 올바른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재치 있고 센스 있고 유머스럽지만 한편 진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