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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운 Jun 18. 2021

그때, 사이렌이 울렸다

<people to people> 조금 늦게 가도 될 길이건만.

사이렌 소리에 발길을 멈췄다.

휘청 하고 다리가 꺾였다.

경계경보인지,

공습경보인지,

평화가 계속되리란 믿음에 기대었다

그만 중심을 잃은 것이다.

1분이던가?

3분이던가?

믿음을 지탱해주던 굄돌 하나 빠져나가는,

그 가벼운 찰나에 평화는 깨어졌다.

허무가 맹랑한 얼굴로 찾아왔다.


친구의 부음이 아득한 것은 사이렌 때문이었다

어떤 예령豫鈴도 예고도 없이 울린 사이렌.

잠결인지,

꿈결인지,

우리의 인생은 이제 걸음을 떼었는데

얼마 지나오지도 않았는데

50보던가?

100보던가?

책갈피에 갇혀 있던 추억 하나 툭 튀어나오는

그 짧은 순간에 의식은 마비되었다.

소중한 것은 정녕 사라지고 마는 것인가?


조금 늦게 가도 될 길이건만

어린아이 손을 잡고 다녀야 할 길이건만

하고 싶었던 것들이 널려 있는 길이건만

이제는 한숨 돌렸다 가도 되는 길이건만

누리며 걸어가야 할 길이건만


이른, 너무도 이른 이별이었으니

바람이 되어 구름이 되어 한 번씩 찾아오시기를

떠나간 그곳에서는 활짝 웃으며 살아가시기를


그때, 사이렌은 또 울렸던 것이고

경보가 해제되었다는 사이렌이려니 짐작만 하였다.







*) 표지 사진 : 박원 <You’re free>의 이미지.


개그맨 고故 박지선 님을 위한 추모곡.

https://youtu.be/2b0vOtO6Y5I

 

  오랜만의 동창모임에서 일찍 세상을 등진 친구의 이야기를 하다 먹먹한 마음에 한참을 침묵했더랬습니다. 그녀에겐 아직 어린 아들이 있었습니다.

바쁘고 힘든 시절 보내고 한숨 돌려 남편과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씩씩하고 강건하고 밝은 그녀였지요. 의료사고였고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죽음이었기에 주위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소중한 것들은 이렇게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요? 행여 바람이 되어, 구름이 되어 찾아온다면 그녀라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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