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꽃게된장국 레시피 첨부]
꽃게가 제철이다.
하하
3월에 꽃게제철을 운운한다는 게 웃기는 소리이기는 하지만 , 우리 집에는 제철을 맞이하였다.
우리 7살 큰아이가 꽃게맛을 알아버려서 꽃게에에에에 꽃게 노래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친정집에 가도 친정엄마가 아이를 위해 종종 꽃게를 사다가 쪄주시고는 하는데 한참 크는 아이에게는 꽃게양이 절대 부족한 듯 보여 한살림에서 꽃게세일한다는 소식에 넙죽 절하듯 한팩을 사 왔다.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 나쁘지 않은 소비를 했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나는 집에서 꽃게요리를 자주 하지 않는다. 변명같지만 나름의 이유는 꽃게손질이 어렵기도 하고 하기 싫기도 하면서 방법을 잘 모른다. 비린내가 나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 손질된 꽃게만 대충 씻어먹다가 , 완전체(?)의 아이들을 바라보니 오금이 저렸다. 흑흑
그래도 내가 누구?
엄마
그래 엄마는 할 수 있다. (눈물 좀 훔치고 흑흑)
[대충 꽃게탕? 꽃게 된장탕 레시피]
1. 냉동꽃게를 꺼낸다.
2. 쫄지 않는다.
3. 꽃게를 멋지게 잡아들고 배딱지 제거.
(나는 숫꽃게를 사서 배가 세모꼴이었다)
그리곤 미친 솔질을 시작한다. 흐르는 물에서 다리 사이사이와 배딱지 제거한 부분을 열심히 칫솔질한다. 치카치카
4. 뒤집는다. 나는 꽃게탕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등딱지를 제거하고 꽃게를 가위로 반으로 갈라서 아가미 부분을 걍 막 미친 가위질로 제거하고 대충 더러워 보이는 부분도 제거해 버린다. 꽃게 다리도 미용을 해드리고 아이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5. 어제 먹다 남은 배춧국을 소환한다. 물과 된장을 더 풀고 꽃게를 넣고 팔팔 끓인다.
(세상 간편한 배춧국 레피시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으니 살펴보시길ㅎㅎ)
https://brunch.co.kr/@minqhd/11
지능적으로 꽃게 먹기 전날 배축국을 끓여 먹고 다음날 재탕을 하는 나는야 멋진 주부 8년 차. 된장, 간장, 파, 무, 배추, 생강, 마늘, 꽃게 대충 이렇게 넣고 간 맞춰서 팔팔 끓이셔도 엄청 맛있을 듯. 하지만 전날 끓여서 달여진 배춧국에 꽃게를 넣는 게 더 맛있다에 한표 드립니다.
* 냉동꽃게를 너무 흐물거리게 해동해서 끓여버리면 탱탱한 꽃게살을 먹을 수 없답니다.
6. 맛있게 먹는다.
아이들에게 꽃게살을 발라주려고 잡는 순간, 악 소리가 나왔다. 손을 살펴보니 치열했던 꽃게와의 전쟁으로 여기저기 베이고 긁혀있었다. 친정엄마가 꽃게 손질을 하며 고무장갑을 꼈던 게 생각이 났다. 단지 비린내 때문인 줄 알았던 살림하수는 오늘도 또 큰 깨달음을었는다.
꽃게 이 잔인한 자여.
난 이제 진정한 주부다. 꽃게는 장갑 껴고 손질해야 하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