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 374일
괜찮은 날들이 이어지는가 싶었다. 꽃이 피었고 벚꽃이 한창이었던 봄날에 스스로 이상함이 감지되었다. 긴 문장이나 긴 단어를 이야기를 하고자 하면 말이 씹혔고 그게 여러 번 거듭되자 말을 더듬는 지경이 되었다. 얼마 전부터 머릿속이 좀 혼란스럽고 생각이 엉킨다는 느낌이 있기는 했었다. 그게 강화되면서 생각이 빨라지고 많아졌다. 입은 하나이고 생각은 많고 빨라지니 병목현상이 일어났다고나 할까.
조증의 전조증상 같은 기분이라 병원에 전화해 보니 , 아무래도 약용량이 과해서 오는 현상인 거 같다면서 복용 중인 ‘폭세틴캡슐 2개 중에 용량이 더 높은 20mg짜리를 빼고 먹으라고 하셨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약용량을 줄이는 꼴이 되었다.
약을 줄인 지 2~3일쯤 되니 다행이도 생각이 빨라지고 서로 엉키고 말을 더듬는 증상이 사라졌다.
며칠 뒤 병원에 가던 날이었다.
나
“선생님, 약을 줄이니까 증상들이 사라졌어요”
선생님
“정말로 약용량이 과해서 오는 증상들이 맞았나 보군요.”
나
“근데 선생님 좀 무기력해지고 아침이 힘들어요”
선생님
“아무래도 봄이 되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없지 않아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약을 좀 줄여서 가는 걸로 해보죠”
괜히 마음이 불안해졌다. 부작용이 없어진 건 다행인데 , 우울해질까 봐 ㅋㅋㅋㅋ
이게 바로말로만 듣던 약물의존증일까? ㅋㅋ
그래도 약을 줄이게 되니 기분이 좋기는 하다.
신기한 정신과약의 세계.
모쪼록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지금 , 그럭저럭 살아내고는 있다. 다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 싶은 답답함에 가슴이 종종 꽉 막히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는 한다. 심호흡을 하고 , 눈앞에 놓인 작은 기쁨들에 초점을 맞춰본다.
봄비가 내리고 생일이라고 선물 받은 과일홍차가 향긋한 아침이다.
오늘을 귀하게 여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