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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수봉 May 10. 2023

우울증이 나아진 증거 2 _ 잠을 잘 잔다

우울증 치료 408일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10시에서 11시만 되면 까무룩 잠이 든다.

난 요즘 아팠다. 아이들에게 감기가 옮아서 아팠다. 아파서 피곤해졌고 힘들어서 픽 쓰러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과거와 비교해서 똑같이 감기몸살에 걸렸을 때를 비교해 보면 확연하게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가설은 두 가지다.


1. 종합비타민과 비타민 C, 비타민 D를 열심히 챙겨 먹었더니 필요한 미네랄과 비타민이 채워져서 멜라토닌도 막 생기고 수면의 질이 좋아진 것이다.

2. 우울에피소드가 끝날 신호다.

(우울증을  우울‘에피소드’라고 하는 이유는 드라마 에피소드처럼 시작과 ‘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둘 다라고 하자.


아이들을 재우고 집안일을 마무리하는데 또 잠이 몰려왔다. 감기몸살 약을 털어 넣고 누웠더니 바로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렇게 9시도 안돼서 잠이 들었고 7시 무렵에나 눈을 떴다.

개운했다.


그렇게 감기가 지나가고 나서 최근 들어 굉장히 규칙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저녁 10시가 넘어서부터 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 ‘잠이 몰려온다’는 기분이 참 낯간지러웠다. 피곤해서 눕고 싶다는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피곤하다 느껴져서 누우면 몇 시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이 많았는데 , ‘잠이 몰려와서’ 누우면 스르륵 잠이 오는 게 아늑하고 평온했다. 푹 자고 일어나면 새벽 5시에서 6시 반 사이가 된다.



아이들이 조금 늦게 일어나는 날엔 (우리 집 친구들은 6시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난다) 미라클 모닝도 가능해졌다.

‘아 시부렁 또 아침이네’라는 생각은 이제 들지 않는다. 오늘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을 적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책을 폈다. 이런 날이 내게도 가능하다는 걸 37년 인생에 처음 알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도 비몽사몽으로 공부하고 졸았던 것 같은데. 쩝


또 어느 날은 다시금 구렁텅이 같은 날이 찾아오겠지만 (예를 들어 생리 전에.. 또 예를 들어 생리 전증후군에 또 예를 들어 대자연의 날 전에..) 이토록 잠만 푹 잘 수 있다면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고,
그 사이의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그는 성공한 사람이다.
<밥 딜런>


잘 먹고!

잘 자고!

난 성공한 사람이다 !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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