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에요?"
우루루 지나가던 아주머니들이 묻는다.
나는 재빠르게 그들을 훑어보며 상황 파악을 하기 시작한다.
'일단 악의는 없어 보임. 체크.'
'견종을 콕 집어 진돗개냐 묻는 거 보니. 일전의 모 연예인이 자기네 방송에서 헛소리한 것의 영향이 있어 보임. 체크'
난 단순히 "아니에요~" 하고 쓱 지나갔다.
예전 같으면
"마리노이즈에요~" 했을 텐데
"맑쓴 마운틴 독" 같이 들렸을까 봐 진돗개가 아님을 강조만 했다.
참 슬픈 일 아닌가
누군가 때문에,
개는 훌륭하다던 누군가들.
그들 때문에
대한민국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견을 돌팔매 하고 있다.
"무슨무슨 견종은 이러한 경향이 있다"
이거 상당히 무섭고 경솔하고 위험한 발언이다.
그런 '끼'가 있는 것일 뿐인데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니까 더 무식하게 손가락질을 한다.
개바개고 키우기 나름이다.
사람이랑 똑같다.
다른 모든 생명체랑 똑같다.
어떤 환경에서 컸느냐에 따라 성향은 달라진다.
앵무새들도 똑같은 종이더라도 다 성격이 다르다.
카멜레온도 마찬가지다. 다 성격이 다르다.
동물에게 못돼게 구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리 없다고 생각한다.
연쇄살인 연쇄방화 연쇄성범죄자들 같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이들이
사람한테 험한 짓을 하기 전에
먼저 동물들에게 못된 짓을 한다.
지구에는 우리만 사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생물이 다 같이 살고 있다.
많은 거 바라는 거 아니고 약간의 존중 또는 그냥 무시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디어에서 영향력이 있는 셀렙들은
자신의 방송이, 자신의 말 몇 마디가,
수많은 타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다.
당신들이 방송에서 안주거리처럼 씹어댄 그 개들의 옆엔
사람이 있었다.
누가 내 가족 친구 욕하면 기분 나쁘듯.
내 개 생김새로 지적하고 씹어대면 기분 진짜 나쁘다.
그리고 개를 많이 키워봤다던 사람이.
심지어 개 훈련으로 돈 버는 사람이.
그런 발언을 몇 년에 걸쳐 계속 방송한다는 사실에 실망스럽다.
우리들은 그들의 영향력에 치여
오늘도 손가락질과 각종 시비에 시달리며
묵묵히 산책을 한다.
개는 옆에서 귀를 잔뜩 재끼며
우울해하는 내 눈치를 보며 내 손을 핥아준다.
"괜찮아.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해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