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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Jul 02. 2024

스페인어 vs 포르투갈어 뭐가 더 어려울까?

같으면서 또 다른 언어

포르투갈의 아줄레주 장식

얼마 전까지도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외국어대학교에 가던지 소수의 전문 강사들을 찾아야만 했는데, 요즘은 인터넷 강의도 많고 전문 학원도 생겨서 그 어느 때보다 언어 배우기 좋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두 언어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세계 4대 언어인 스페인어가 범용성은 훨씬 뛰어나지만, 포르투갈이나 브라질과 관련 있는 일을 하려면 포르투갈어가 필수이므로, 둘 다 각자 배워야 할 이유가 뚜렷하게 있다고 답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둘 중 뭐가 더 어려울까요? 저는 포르투갈어를 먼저 배운 케이스인데 지금 와서 둘 다 배워보니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발음부터 하나씩 살펴봅시다.


이렇게만 보면 비슷한 언어인 것 같지만...




1. 발음 : 스페인어가 쉽다.


스페인어:

비록 한국의 스페인어 표기법에 된소리를 표기하지 않는 것으로 정해놓긴 했지만, 스페인어에 자주 나오는 "까사" "꼬모" "뻬께냐" 등 된소리에 가까운 발음들은 한국인이 발음하기가 매우 수월합니다. 반면 영어 구사자들은 "casa" 보다 "kasa"에 가까운 센 발음을 고치기 힘들어합니다.


한국어에 아예 없는 발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예만 들자면:

rr 발음: "perro" 할 때 혀를 튕기듯이 굴려서 발음합니다.

z 발음: (스페인 한정) "zapato" 할 때 z는 영어의 th에 가까운 발음입니다. 멕시코에서는 s로 발음해도 문제없습니다.


포르투갈어:

스페인어에서 못 보던 표기, 규칙들이 생기고 보이는 그대로 발음되지 않습니다. 최근까지도 Ronaldo를 표기하면서 "로날도"라고 적는 경우가 있었는데 실제로는 "호나우두"라고 발음됩니다.


한국어에 없는 발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rr, r 발음: "rosa", "cachorro" 할 때 둘 다 프랑스어와 비슷하게 목을 긁는 느낌으로 "ㅎ" 발음합니다.

~ 발음: 물결표가 5개 모음과 합쳐진 것을 비모음(nasal vowel)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a는 "아"지만 ã는 "엉"에 가까운 소리가 납니다.

^ 발음: ^표시가 3개 모음과 합쳐지면 공기가 덜 들어간 닫힌 소리가 납니다.

ão, ção 발음: "paixão" "coração" 할 때 "어웅" "써웅"에 가까운 발음이 나는데 비음이라 쉽지가 않고 매우 자주 등장합니다.


종합해 보면 스페인어에다 프랑스어를 한 스푼 얹은 느낌이라서 생소한 비음이 많이 들어가고 스페인어처럼 딱 떨어지는 소리가 아닌 "슈" "어웅" 같은 부드러운 소리가 납니다. 특유의 발음 덕에 많은 분들이 브라질 음악을 들으면서 미적인 언어라고 느낍니다.


출처: 나무위키 (브) 브라질 (포) 포르투갈


위 예시처럼 브라질과 포르투갈의 발음도 서로 다르고, 한국어로 풀어서 적어놓아도 비슷하게 발음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포르투갈어의 진입 장벽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동사변형: 포르투갈어가 쉽다 (브라질 한정)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둘 다 로망스계 언어 규칙대로 1, 2, 3인칭에다가 단수, 복수를 곱한 총 6가지 동사변형 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학생들은 이 표를 현재, 완료과거, 불완료과거, 미래, 접속까지 최소 5개 버전을 외워야 합니다. 그런데 브라질에서는 2인칭을 3인칭에다 통합해 버렸기 때문에 모든 표의 가운데 줄을 아예 안 외워도 됩니다. 더 나아가서 구어체에서는 1인칭 복수인 Nosotros를 3인칭 단수 A gente(우리들)로써 대체가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6개가 있던 것을 3개로 줄여버린 것입니다. 특히 2인칭은 불규칙 변형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에겐 희소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단 포르투갈 그리고 앙골라, 모잠비크 등에서는 2인칭을 아직 사용하므로 브라질 한정입니다.


동사변형표의 50%를 날려버린 브라질...




3. 성별 일치: 스페인어가 약간 쉽다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둘 다 로망스계 언어의 특징으로 문장의 성별을 통일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스페인어가 덜 까다롭습니다. 왜냐면 스페인어는 소유 형용사에서는 성별을 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유 대명사에서만 tuyo / tuya처럼 성별을 나눕니다. 즉 스페인어에서 "나의" "너의" "그녀의"에 대응하는 단어는 성별이 없습니다. 반면 포르투갈어는 수식하는 단어에 따라서 성별도 달라지고 단수/복수도 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시: 내 고양이는 캘리포니아에서 왔어)

스페인어: Mi gato viene de California

포르투갈어: Minha gata vem da California




4. 정관사: 스페인어가 쉽다


포르투갈어가 유독 정관사(영어의 the)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페인어에서는 그러지 않지만 이름 앞에다 붙이기도 하고, 거의 모든 국가와 지역 앞에다가 붙입니다. 위 3번에서 들었던 예시를 다시 보면 스페인어로는 ...de California 라고 해도 문제가 없지만 포르투갈어는 ...de + a -> da California 처럼 정관사를 집어넣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시: 브라질의 수도 / 아메리카에 있다)

스페인어: Capital de Brasil / Esta en America

포르투갈어: Capital do Brasil / Esta na America


가뜩이나 부정관사 / 정관사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에게는 정관사를 써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부터 헷갈리는데, 동시에 수식어에 맞게 변형해서 사용하라니 두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자면, 한국어로 "일곱 바다의 탐험가"가 포르투갈어로는 O descobridor dos sete mares, 즉 정관사가 앞에 그리고 중간에 두 번 쓰이며, 중간에서는 복수형과 동시에 남성명사인 mar에 맞게 변형해서 dos가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정관사 그리고 축약형 활용은 오래 공부해도 헷갈릴 만큼 난이도 있는 부분이며 포르투갈어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결론: 한국인에게는 스페인어가 전반적으로 포르투갈어에 비해 쉽습니다. 문법적으로도 조금 더 관대하고 발음은 확실히 포르투갈어에 비해서 쉽습니다. 두 언어는 얼핏 보면 꽤 비슷해 보이고 말이 통할 것 같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엄연히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포르투갈어를 제대로 공부했을 때 돌아오는 상대적 이득이 크다고 할 수 있으며, 서구권에서도 상당히 생소한 언어라 특별한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이 보면 좋은 스페인어 vs 포르투갈어 헷갈리는 단어 (줄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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