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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Aug 22. 2024

에덴동산에서 걸어 나오는 남녀

오늘날 남자와 여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성경의 창세기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은 벌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면서 본격적인 막을 올립니다. 아담과 이브는 다시는 에덴동산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었으며, 신의 말을 거역한 벌로 둘은 각각 다른 고통을 받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잉태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너는 남편을 사모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 하시고 /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한 나무 실과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를 받고 너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창세기 3:16-17)


"여성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남성은 그에 필요한 자원을 구해와라" 이 간단한 공식이 수천 년간 전세계 남성과 여성의 사회생활을 정의했습니다. 한쪽은 주로 집에 있고 다른 쪽은 바깥에 나간다는 점은 달랐으나, 둘 다 서로 비교하기 어려운 고통이라는 점에선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70년대 모습


근대화 전까지 대부분 국가에서 여성은 3-5명 이상의 아이를 어린 나이부터 계속 출산해 길렀으며, 영아와 산모 사망률이 무척 높았던 전근대사회를 생각해 본다면 목숨을 거는 희생과도 다름없었습니다. 젊은 시절을 통째로 출산과 육아에 바쳤으니 제대로 된 교육과 커리어는 포기해야 했습니다. 남성은 남성대로 논밭과 전쟁터, 사무실을 전전하며 몸을 갈아 넣어 먹을 것을 가져와야 했으며, 처자식을 위해서라면 온갖 더럽고 치사한 일이라도 두 팔 걷고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가장이 힘들어서 퇴사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소득이 끊긴다는 건 여러 생명을 길바닥에 내놓는 최악의 실패였으니까요.




경제학에서는 위와 같은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를 성별분업(gender specialization)이라고 합니다. 남자는 남자의 일, 여자는 여자의 일을 하였고 어릴 때부터 그것을 염두에 둔 교육을 시켰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된 서구사회에서는 더 이상 아이가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여성의 노동력을 산업과 전쟁에 끌어다 쓰게 되었고, 그 결과 전통적인 사회에 비해 폭발적인 성장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2차 대전 이후 여성들은 전에 없던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되었지만, 동시에 일과 가정 양립이라는 새로운 난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1950년대 미국 회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Mad Men(2007-2015)의 비서들


오늘날 사회는 여성에게 적어도 남성에 준하는 교육과 커리어적 성취를 요구합니다. 한국에서도 갈수록 여성의 결혼자금과 연봉, 학력, 집안을 중시하고 여성의 일방적인 상승혼(hypergamy)을 지양하는 결혼 문화가 정착되고 있습니다. 즉 여성은 이제 에덴동산을 나오면서 받았던 "잉태하는 고통"에 더불어서 "종신토록 수고"까지 하여야 하는 이중의 고통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남성도 "잉태하는 고통"에서는 자유로울지 몰라도, 이제 더 이상 육아와 집안일을 예전처럼 남의 일로 돌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랬다가는 주변 사람들과 인터넷 카페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이혼당하기 딱 좋습니다. 즉 남성도 일과 가정 양립의 밸런스를 지키지 못하면 어느 한쪽이 무너질 수 있는 새로운 역할에 직면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의 고통과 육아의 고통은 서로 비교하기가 어려운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입니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느라 탈모가 일어나도 승진만 시켜준다면 버티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직장에서 나와 안 맞는 상사와 동료 직원들과 부대끼느니 차라리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현대사회의 남성과 여성이 직면한 난제는 두 가지 고통 모두 동시에 견뎌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에덴동산 이래 처음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고 한국에서는 채 5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보다 앞서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일어난 미국과 유럽에서도, 소수 북유럽 국가와 엘리트층을 제외하면 일과 가정 양립이 만족스럽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는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1명대의 낮은 출산율로 나타납니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듯이, 현대의 아담과 이브도 다시 고전적 남녀 분업사회로 회귀할 수 없습니다. 여성이 4-5명대의 아이를 낳는 국가들의 인권과 경제 수준을 생각해 보면 금방 "그때 그 시절"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오늘날의 남성과 여성은 인류사에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제 2의 에덴동산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셈입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 근본적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길로 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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