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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옥미 Jun 01. 2022

을의 철학

송수진

   


을의 철학 / 송수진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던 을의 철학.
철학을 쉽게 내 삶으로 가져와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고, 맘 한켠에 아릿함 때문에 먹먹해 지게도 했던, 내 내면 깊은 곳의 공감능력을 최대치로 올린 책이다. 책 정리를 하면서 많은 부분의 색인했던 곳이 여전히 동의가 되고 뭉클해지게 한다.


특히 내가 많은 책을 통해 지금까지의 가치관과 고집을 털어내는 사고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에, 저자가 절박한 마음으로 도서관으로 향하고, 철학책을 통해 한줄기 빛을 따라 등대향하여 삶의 방향키를 돌렸던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어, 입에서 대화하 듯 공감의 탄복이 흘러나왔다.

"아!!" 감탄사로 이어지는 책, 감탄으로만 그치면 안 된다는 각오를 가지게 하는 책, 공감이 내 삶으로 끌어 들어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까지!! 충분히 내 삶도 그렇게 바뀔 수 있다고 격려해준 책이다.

p56 그저 자기 삶을 낯설게 보게 해 주었다면 끝이다. 철학은 직면이다. 철학은 우울을 직면하게 하고 오늘의 비루함을 직면하게 하고 낯선 삶을 직면하게 한다.


철학을 잘 알지 못하지만 어렵지 않은 철학과 인문학 책을 즐겨 읽는다. 내 뇌리를 뚫고, 생각을 깨트리는 내용의 책이 양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지만 철학이 숨통이 될 때가 많다. 우밥보다 존재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나를 적나라하게 직면하게 하는 철학이 난 좋다. 사색을 통해 조금 나은 사람으로 살아내려는 발버둥의 흔적을 삶으로 남기기 때문이다.


p61 인간의 본질을 만드는 것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프롬--

p88 사람의 수만큼 세계가 존재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모르는 아픈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부모가 말하는 대로 세계를 받아들인 아이들에게 충격을 줄 정도면 더 좋다.

p91 악플을 달 때 이거 하나만 생각해보자. 자신만 생각하고 사는 건 아닌지. 그 아픔이 비명을 감당할 수 있는지 말이다.
- 다른 사람의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비트겐슈타인... -

p165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
길은 걸어가야 만들어진다.
이처럼 장자는 내가 걸어 다녀야 길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장자에게 주어진 도라는 건 없다. 도는 자신이 만드는 거니까. 대서양을 넘어 니체를 불러오는 대목이다.

p166 남들처럼 살면 안전하다. 쉬운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의 끝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이럴 때 용기가 필요하다. 위험하게 살 용기. 니체가 말한 대로 남들과 다르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 수 있는 용기 말이다.

p239 무소 탐욕(無所貪慾) 하우하 외(何憂何畏)
- 마음을 비웠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
사실 제일 무서운 사람은 ‘마음을 비운 사람’이다.

p252 뉴스에서 직업적 자살을 접한다.... 중략... 그들은 왜 살려고 들어간 직장에서 살기를 포기했을까.

p261 진짜 두려운 건 나의 죽음이 아니다. 내 죽음으로 인해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갈 ‘너’의 삶이 두렵다.

p270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아, 내일도 이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시간의 반복이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에 눈물이 차올랐던 적도 있다. 그래서 괜히 더 감사하게 느껴지는 어찌하지 못하는 이런 감정들.--중략-- 늙어간다는 것과 죽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철학자들의 언어에서 다시 배운다. 그들의 언어의 옷을 입고 세상에 나가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p288 되든 안되든 최선을 다해보는 것, 이것을 철학이 알려줬다. 우리에게 어떤 인과 계열이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계속 변하는 중이고 어제의 우리는 오늘의 우리와 다르니 말이다.... 중략... 우리만의 철학으로 우리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평생 '을'도 아닌 '졸'인 줄 만 알고 살았던 내가 의도하지 않게 '갑'의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철학이 아니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일이다. 갑인 줄도 모르고 혼자 자기 연민에 빠져 이렇게 참아주고, 저렇게 배려했다고 착각했다는 걸을 알게 되었다. 요즘처럼 나 중심의 책들이 많은 시대에서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것이다. 그러나 나뿐 아니라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 부딪히고 견뎌내야 하는 인생에서 나를 직면하고 나만의 언어로 다른 이를 존중하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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