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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떠올리면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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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떠올리면 오래된 국민학교 교실이나 복도의 냄새가 떠올라. 냄새라는 게 시간이 굉장히 지났음에도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서 계속 생각나게 만들어. 복도에는 왁스 냄새 같은 것이 늘 도사리고 있었지. 청소시간에 아이들이 모두 동원되어서 복도 끝에서 복도 끝으로 걸레로 왁스칠을 하는 거야. 엎드린 자세로 말이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에서 센이 걸레질을 하는 것처럼 말이야. 선생님의 다리와 슬리퍼가 생각나는 걸 보면 선생님은 우리에게 청소를 시키기만 했던 모양이야. 어쩐지 냉전시대의 이야기 같아. 하지만 우리는 복도를 닦으면서 즐거웠지. 그랬던 것 같아. 청소 시간이 즐거웠어. 곧 집으로 가니까 말이야. 수업이 끝났다는 안도감 같은 게 들었지. 옆에서 같은 모양새로 복도를 닦는 아이들을 보면서 낄낄 거리거나 장난을 치기도 했어. 그러면 어김없이 다리만 보였던 선생님이 소리를 질렀어. 그렇다고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었어. 빨리 하고 집에 가야지, 하는 소리였어. 겨울의 교실에는 난로가 있었어. 난로에는 연통이 있고 연통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 있었고 난로에는 당번이 돌아가면서 운동장 저 편에서 석탄을 양철바구니에 담아 와서 땔감으로 난로에 집어넣었지. 그러면 차가웠던 교실이 금방 훈훈해졌어. 뜨거워진 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려 물을 끓여서 컵라면에 부어 먹곤 했지. 담임선생님은 교무실보다는 교실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어. 선생님도 선생님들 중에 어려서 그런지 교무실보다는 교실에 책상을 두고 늘 머물렀지. 우리는 담임선생님과 꽤 친했다고 생각해. 말도 잘 듣지 않았지만 그래도 담임선생님이 우리를 많이 챙겨준 것 같아. 난로 위 주전자의 끓는 물을 컵라면에 부어서 먹으면 선생님도 와서 같이 먹었어. 컵라면에 계란 하나를 깨 넣고 라면을 후후 불어서 먹으면 창문 너머로 겨울의 햇살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어. 너를 떠올리는 그런 따뜻한 냄새가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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