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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Apr 27. 2024

<엄마의 얼굴에서 아름다움이 사라졌다>

<아주 편안한 죽음>을 읽고 -시몬 드 보봐르 저

<아주 편안한 죽음>이란 책 제목이 낯설지 않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100세 시대에, 살아온 세월보다 남은 세월이 작으니 내가 떠나가도 지구는 변함없이 잘 돌겠지. ‘죽음’이란 단어는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나, 그리고 부모를 떠나보내는 자녀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만든다.  

    

시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이 치매가 아니라고, ‘치매’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며느리들이 ‘집에서 냉장고를 뒤져서 반찬을 가져간다’. ‘물건이 없어진다’라고 하여 근처에 얼씬하지 않았다. 돌아가신 후 집에서 ‘치매 판정 결과 종이’가 나왔다. 치매를 인정하고 싶지 않으셨나보다. 


미모와 열정을 지닌 경성사범을 나오신 친정어머니는 ‘내가 치매 걸린 사람으로 보이냐’며 요양병원을 두 발로 걸어 들어가셨다가 1년 반 후 돌아가셨다. 병원에서 넘어지셨는데 ‘음식물 삼키는 것을 잊어버린 치매’여서 아프게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친구 어머니는 비싼 병원에서 10년 동안 의식 없이 계시다가, 자식들이 연명치료 하지 않겠다고 각서 쓰고 다음 날 돌아가셨는데 4남매가 너무 힘들었는지 화장하고서 너무 후회를 했다.  

    

세월이 만만찮으니 이미 떠나간 친구들도 있고, 대부분 사람들, 나도 ‘그냥 자다가 죽고 싶다’ 고통 없이! 이것이 ‘아주 편안한 죽음’일까! 아직 죽음을 생각하지는 않지만 순서없는 죽음은 잠자리에 누울 때 ‘아침에 일어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주 편안한 죽음>이 보봐르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애도하기 위해 쓴 작품인 줄은 몰랐다. 읽으면서 ‘혹시나’ 했다. 사르트르가 나오고 ‘시몬은 가문의 수치입니다’라는 문장에서 느껴지는 ‘싸함’에서, 당시 외국에서도 ‘계약 결혼’은 충격적인 일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거리가 느껴져 어려웠던 '보봐르 어머니', ‘이름’ 없이 살다가 영성체에서 불린 엄마 이름, 

‘보봐르여사’를 낳은 어머니니 얼마나 대단한 분이겠는가. 남편이 돌아가신 쉰넷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재정비하신 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일, 열정을 담은 채 순진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얼마나 삶을 열정적으로 사셨을지 눈에 선하다.

      

삶에 대해서만큼은 동물적인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열정은 '보봐르 엄마'에게 있어서는 용기의 원천인 동시에, 육신의 중요성을 알게 된 그녀였다. 한낱 몸뚱이에 불과하게 전락해버리고 시체와 다를 바 없이 된 몸, 영생을 거부하고, 죽음에 대한 반항심을 느꼈던 ‘보봐르 엄마’가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 약해져 가는 고깃덩어리 같은 자신, 손도 하나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을 견뎌내는 것이 ‘의식 있는 상태’에서 얼마나 힘든지를 나는 친정엄마를 보아서 안다. 

     

모두가 언젠가 가는 그 길. 내게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착각하고 사는 그 날까지 잊고 살리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귀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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