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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Sep 01. 2023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

(미야케 쇼 감독, 일본, 2023)

영화제목을 들으며 먼저 떠올려진 건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 그러나 그렇게 하면 상대방 마음을, 생각을 알 수 있을까. 


영화보다 영화제목이 먼저 시선을 끄는 이 영화는 선천성 청각장애로 살아나가는 복서의 이야기다. ‘청각장애인’ 주인공 케이코의 답답함과 스트레스, 막막함?이 그대로 전달된다. 케이코가 주어진 환경에 어떤 마음으로 대응하는지, 절실한 감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상처 덜 받고,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같이 했다. 


화면의 첫 장면, 거울에 ‘밴드가 붙여진, 부은 눈두덩을 아래로 무엇인가 하는, 눈동자가 아닌 얼굴이 비친다. 케이코가 풍기는 외모에서는 ‘전도연’, 복서로서의 이미지는 ‘1번가의 기적’에서 여자복서 명란 역을 맡은 ‘하지원’이 떠올려졌다. 억척같은 느낌이어서인가. 


고강도의 복싱 훈련과 피지컬은 ‘무표정’으로 힘든 만큼, 아픔이 전달되지 않았다, 권투 하면서도 보이는 손톱의 매니큐어는 자신의 소중함을 표현한 것인지 내 시선이 떠나지 않았다. 


친구들과 만남에서 손금을 보며 즐거이 웃는 얼굴, 동생과 여자친구와 셋이 권투 하는 모습, 동생 여자친구의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미소 짓는 모습은 그 순간 편해 보인다. 


회장은 케이코가 ‘상대방이 두렵다’고 하는 말을 듣고 ‘상대방을 죽일 각오로 해야 해’라고 한다. 싸울 마음이 없으면 싸울 수 없다. 상대에게는 실례고 위험하다. 인터뷰 기자에게 ‘재능은 없지만 인간적인 기량, 정직, 솔직이 있는 좋은 사람’으로 케이코를 소개한다. 동생이 케이코에게 ‘복싱의 어떤 부분이 좋은 거야?’ ‘때리면 기분이 좋아’ ‘무섭지 않아?’ ‘당연히 무섭지’‘보통 사람이구나’‘무례하다’ ‘때리고 맞고 이상하잖아’. 


크고 작은 소음이 들리지 않는 케이코와는 달리, 복싱장은 케이코의 리드미칼한 줄넘기 소리, 관장과 콤비네이션 미트의 치고받는 소리와 율동, 샌드백 치는 소리, 2킬로 체중이 늘었다는 복서에게 ‘자신에게 지지마!’ 등 소리가 우리에게는 생동감 있게 잘 들린다. 


다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미안한 감정이나 억울한 상황을 말로 표현,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속상한 일이다. 체육관 가다가 남자랑 부딪쳐서, 남자물건이 떨어질 때 욕하며 소리 지르는 그에게 말로 ‘미안하다’고 못하고, 당황해서 도망가는 케이코의 모습이 짠하다. 


 시합 3차 전에 상대 복서가 발을 밟아서, 스텝이 꼬여 감정선이 흐트러져 짐승의 소리로 울부짖는 케이코는 억울한 상황을 말로 표현 못 한다. 상대 선수가 고의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은 ‘저번 시합 때 감사했습니다’라고 와서 인사하는데, 그 선수의 작업복과 안전모가 건설 현장에서 힘든 일을 하는 듯 느껴진 것이 케이코의 마음을 움직인 듯 받아주는 것이다.


돌아가는 상대방 선수를 한참 바라보는 케이코의 눈에 눈물이 고이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강둑을 뛰어 올라가는 케이코의 얼굴은 다짐과 각오가 느껴지는 편안한 표정이다.


 케이코가 답답할 때 찾는, 멀리 지나가는 전철이 보이는 강변 다리 밑, 재개발지역, 다닥다닥 작은 집들이 붙어 있는 동네가 우리나라처럼 낯설지 않다. 영화에 자주 나오는 야경은 어느나라 든지 비슷하게 아름답다. 야경의 어두운 하늘은 케이코의 답답한 마음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반짝이는 불빛은 케이코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나침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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