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선욱 님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선욱이고요. 23년 전에 세상에 처음 나왔어요. 음.. 저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내는 사람입니다. 학생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속해 있지만, 학생이라고 하면 공부만 할 것 같잖아요?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지내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ㅎㅎ).
선욱 님을 처음 뵈었지만, '자유'라는 단어가 어울려요. 첫인상이 그래요.
앗, 제가 그런 말을 많이 듣긴 들어요. 그런데 '너 자유로워 보인다.'라는 말에 대해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되게 부정적이었거든요. 저도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이 들 때도 있으니까요. 항상 자유롭고 감성적인 영혼처럼 지내지는 않거든요. 그 말에 반발심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젠 그냥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오케이, 나 자유로운 사람 맞아.' 이런 느낌?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네 번째 인터뷰이 이준석 님이 선욱 님을 '젊음과 열정을 유지하려고 항상 노력하는 친구'라고 소개하셨어요.
정말요? 제가 생각할 때 저는 열정과 노력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요(ㅎㅎ). 열정적으로 살고 싶지도 않고 노력하면서 살고 싶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그렇게 살았는데도 성과가 안 나올 때 정말 별로더라고요. 제가 유도라는 걸 12살부터 했는데 열정과 노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이 너무 힘들었어요. 저는 누구에게 이기고 싶지도, 지고 싶지도 않거든요. 대신 제가 해야 하는 건 다 해내요. 근데 이런 저의 행동들을 노력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거니까요. 루이스(이준석)가 정말 열정맨이에요! 노력이랑 열정이 가득 찬 사람이잖아요. 제가 갖지 못한 면을 루이스는 갖고 있어서 엄청 멋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루이스가 저를 그렇게 표현했다니 또 새롭네요(ㅎㅎ)..
Q. 선욱 님이 사랑하는 공간, 이 방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이 공간은 제가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에요. 여기서는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누워 있어도 되고 아무거나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가장 단순하면서도 제 취향이 많이 묻어난 공간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걸로 가득 차 있어요.
이 방안에서도 가장 선욱 님 다운 스폿은 어디인가요?
옷장이 가장 저를 잘 표현해주는 스폿이에요. 저는 사람의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게 '옷'과 '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바라본 세상은 그랬어요. 옷과 방 모두 자기만족이잖아요.
어떤 옷 스타일을 가장 좋아하세요?
빈티지를 좋아해요. 아니, 빈티지 밖에 없어요(ㅎㅎ). 저는 빈티지를 사는 마음가짐이 뭐냐면 그 옷이 아니라 그때의 문화를 산다고 표현을 하거든요. 1980-90년대의 문화를 사는 느낌? 제가 00년생이라 비록 그 시대에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막연하게 그때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 같아요. '아 뭔가 그때는 지금보다 더 재밌었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요.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이에요.
빈티지한 공간들도 좋아하시나요?
맞아요. 저는 예스러운 것에 되게 끌리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와닿는 게 좋더라고요. 인위적이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들이요. 막 천장이 높고 새로 지은 공간보다는 낮고 허름한 공간이 좋아요. 조명도 좀 어둡고.. 톤 다운된 러그들이 깔려있고.. 편안한 소파와 그에 어울리는 향이 나는 곳. 빈티지한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음악은 무조건 나와야 해요(ㅎㅎ).
Q. 이 공간에서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상'이요! 최상이 있다면 최상으로 표현하고 싶네요. 일단 너무 편해요. 조명을 켜놓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을 때면 정말 좋아요. 지금도 너무 좋지 않으세요?
이 방을 사랑하는 감정이 정말 많이 느껴져요(ㅎㅎ). 이 방에서의 루틴이 있나요?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일단 블라인드를 먼저 올려요. 제가 높은 곳에서만 살다가 1층으로 이사를 처음 온 건데 창밖을 보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창을 열고, 바로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서 듣고 싶은 음악을 틀죠. 그날 기분에 따라 음악을 정해요. 그 기분은 날씨에 영향을 좀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제가 흐린 날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비도 좋아하고요. 비가 오더라도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해요. 한참을 누워있다가 일어나기도 하고요(ㅎㅎ).
이 공간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예요?
1층이다 보니까 차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이 걸어가며 이야기하는 소리, 낙엽 부딪히는 소리, 참새 소리가 다 들려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는 상태에서 여기 조용히 누워있을 때 정말 행복해요.
Q. 선욱 님의 취향이 드러난 물건들이 눈에 띄어요. 몇 가지 소개 부탁드려요.
우선 이 베이스 기타를 소개하고 싶어요. 군대에서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정-말 좋은 거예요. 그래서 베이스 기타를 샀어요. 저 정말 충동적이죠? 베이스 기타를 칠 줄도 모르는데 산거예요. 일단 사고 유튜브 보면서 연습했어요(ㅎㅎ). 그리고 이 CD플레이어는, 갑자기 CD로 노래를 듣고 싶은데 CD플레이어가 없어서 사버렸어요. 저 액자 속의 사진은 제가 좋아하는 밴드, 오아시스예요. 항상 뒷짐을 지고 노래를 부르는 보컬 리암 갤러거를 참 좋아해요. 아 그리고 이 디제잉 기계도 진짜 웃겨요. 사실 이것도 디제잉할 줄도 모르는데 산 컨트롤러거든요. 어떤 바를 갔는데 디제이가 너무 음악을 잘 다루는 거예요. 와 진짜 너무 멋있어서 '나도 해봐야겠다' 해서 바로 샀어요.
물건들을 구입하는 선욱 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음. 아뇨. 딱히 그런 기준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기준이 따로 없어서 가장 솔직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제가 사면 사는 거죠. 그게 가장 내추럴한 저의 모습이 담긴 거잖아요. 그냥 끌려서 사는 거요. 저는 이런 식으로 제가 구입한 물건에 대해 항상 만족해하거든요. 제가 충동적인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저는 충동보다는 '추진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ㅎㅎ).
Q.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했던 공간은 어디인가요?
지금 여기인 것 같아요. 여기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사실 요즘이 심적으로도 가장 많이 안정된 상태 같거든요. 항상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어디를 가더라도 사실 만족감이 좋긴 했어요. 그래도 그중에서 이곳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영화 속에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영화 속에 산다고 하기에는 좀 과장된 면이 있지만, 그 정도로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여기서 제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오토바이 키 딱 들고나갈 때, 정말 기분 최고거든요. 이 공간에서 제 하루가 시작되는데, 공간에 만족도가 크니까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요. 저는 어떤 걸 좋아하려고 애쓰지 않거든요. 근데 여기는 애쓰지 않아도 그 자체로 그냥 좋아요. '좋다!' 이 한마디로 그냥 끝!
이 공간은 선욱 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냥 저예요. 여기는 옳고 그름을 따질 수가 없고 좋고 나쁨을 따질 수가 없어요. 그냥 저랑 항상 함께고 가장 나다운 공간이죠. 한 마디로 '정선욱'이에요.
Q. '친구의 친구'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인가요?
음, 일단 되게 좋은 느낌이에요. 적당히 가벼운 느낌? 서로 딥하지 않으니 감정 상한일도 없고요. 정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의 가벼움이 아니에요. 공통분모가 있으면 서로 좋은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고, 서로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적당한 관계랄까요? 너무 매력 있는 관계인 것 같아요.
7명의 '친구의 친구' 커뮤니티 어떨 것 같아요?
제가 시덥지 않은 이야기 하는 걸 엄청 좋아하거든요. '오늘 밥 맛있더라.. 다음에 한번 더 먹자' 뭐 이런 이야기요(ㅎㅎ). 이런 이야기부터 해서 서로 관심 있는 것 등 다양한 이야기를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로 공간 사진 보여주면서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아요!
Q. 공간에 힘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이에요. 앞서 말했지만, 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이 방에서 나와요. 아침부터 기분 안 좋으면 하루 종일 별로잖아요. 근데 이 방에서 깨어나면 저는 항상 기분이 좋아요. 제가 학교까지 통학 2시간 거리인데도 자취를 안 하는 이유가 그거예요. 왔다 갔다 힘들더라도, 여기가 너무 좋기 때문이죠. 바로 이 공간이 가진 힘 때문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마도 먼 훗날 이 인터뷰를 보면 흑역사 마냥 부끄럽겠죠? 왜냐하면 사람은 항상 변하니까요. 본질적인 모습은 유지가 되겠지만, 생각은 변하잖아요. 나중에 이 인터뷰를 보면 이 시기의 솔직한 정선욱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요. 항상 감정에 솔직하자는 마인드가 저한테는 엄청 중요하거든요.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정말요.
선욱의 방은 뒤죽박죽이었지만, '정선욱'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다면 이 모습이겠다 싶었다. 뚜렷한 기준도 이유도 없이 이끌리듯 구매한 물건들은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서로 잘 어울려 지낸다. 멋쩍은듯 장난꾸러기처럼 웃으며 건네는 이야기또한 그의 방처럼 자유롭고 단단했다.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마치 영화속에 사는 것만 같은 기분을 주는 이 공간은 선욱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선욱의 말에는 '솔직'이라는 단어가 꽤 자주 등장한다. 솔직한 모습을 유지하려는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방, 이 공간에는 그의 솔직함이 켜켜이 쌓여있다.
정선욱 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2.09.19
vol.3 정선욱 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friend__of__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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