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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ol3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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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구의 친구 Jan 05. 2023

양가적인 감정이 공존하는, 나를 투영하는 공간.

Q. 안녕하세요. 여섯 번째 인터뷰이 미솔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미솔이라고 합니다(ㅎㅎ). 좀 더 길게 소개하면.. 음.. 저는 징검다리를 놓는 사람이 되고 싶은 박미솔이라고 합니다. 



Q. 미솔님의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제가 소개할 공간은 저의 방이에요. 이곳에 온 지는 1년 반 정도 되었고요. 제가 평정심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게 해주는 공간인 것 같아요. 집 밖에 나가서 사회생활할 때는 차분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인식되면 성숙해 보이지 않잖아요. 집 안에서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난 감정들을 좀 다스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 공간은 저에게 평정심을 되찾아줘요. 


이 방에서 평정심을 찾기 위해 하는 행동(?) 같은 게 있나요?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것? 그 무기력함을 전 좋아해요. 외출해서 에너지를 얻는다기보다 저는 그냥 축 늘어져 있는 게 행복한 사람이에요. 이 공간에선 아무 생각 없이 쉬려고 노력하죠.


Q. 이 공간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집을 고를 때 '창이 정말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무조건 창이 커야 한다는 기준이었죠. 저는 창 밖을 보는 걸 되게 좋아해요. 가끔 복층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어요. 눈 오는 날 정말 예쁘거든요. 누워서 내리는 눈을 구경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 멀리에 숲이 보여요. 좀 흐릿하게 보이긴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보여요. 숲을 멍하니 보게 되는 매력이 있죠. 



이 공간에서 본인이 가장 잘 드러나는 스팟은 어디일까요? 

 옷장이 가장 저 같아요(ㅎㅎ). 모든 사람들이 일관성 있게, 항상 깔끔하게 살아간다고 생각 안 해요. 제 옷장처럼요. 그런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력하고 있는 상태 아닐까요. 저는 지저분할 때는 지저분한 대로, 깔끔할 때는 또 깔끔한 대로 있어요. 양가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 모순된 그런 모습이 저라는 사람 같아요. 옷장을 보면 어딘가는 정리가 잘 되어있고, 밑은 어질러져 있고 그렇잖아요(ㅎㅎ). 참 박미솔 답다고 생각되는 스팟이에요.


집 안과 밖에서 미솔님은 어떻게 다른가요?

 밖에 나가면 한 번 나갔을 때 빠릿빠릿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고, 많이 웃고 떠들어요. 집 안에서는 최대한 아무것도 안 하죠. 잘 웃지도 않고요. 아르(고양이)가 온 후로는 좀 더 웃는 것 같긴 하지만요(ㅎㅎ). 보통 집 안에서는 참 무미건조하게 있어요. 

                    

Q. 이 공간에서 미솔님만의 루틴이 있나요?

 아침 6시쯤, 아르가 제 얼굴을 툭 쳐요. 그러면 일어나서 화장실에 고양이 모래를 갈고, 아르에게 물과 밥을 주고 좀 놀아주죠. 그리고 다시 잠에 들어요. 아르도 제 곁에 와서 같이 다시 잠들고요. 그렇게 좀 더 자다가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커피를 한잔 사 와서 영화를 보거나,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등 할 일을 보통 집에서 해요. 최대한 안 나가려고 하죠(ㅎㅎ). 공부를 해야 할 때는 스터디 카페 같은 집중할 수 있는 스팟을 찾는데, 보통은 누가 부르지 않는 이상 집 밖에 나가지 않아요. 



노트나 종이 같은, 글을 쓰는 흔적이 집 곳곳에 있어요. 

네 맞아요. 어렸을 때부터 시 쓰는 걸 좋아했어요. 아버지가 글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기도 했고요. 일기도 틈틈이 쓰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생각나는 게 있으면 메모장에 써두고 집에 와서 글로 옮겨요. 집에서 글을 정리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 같아요.



Q. 이 공간에서의 만족도는 어때요?

 상중하로 나뉜다면 '상'일 때도 있고, '하'일 때도 있어요. 집이라는 공간이 마냥 편한 공간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고민이 많을 때는, 집에 있어도 불행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집도 그냥 다 마음에 안 들어요(ㅎㅎ). 갑자기 불편한 감정이 확 느껴 진달 까요? 반면에 기분이 좋을 때는 집구석 구석 모든 곳이 좋아요. 이런 양가적인 감정이 공존하는 게 집인 것 같아요.


이 공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어디인가요? 

 저 붙박이 장들이 가장 아쉬워요. 윗부분은 키가 닿지 않아서 쓸 수도 없고요. 짐도 아래에만 넣게 되고요.. 불필요한 곳에 과하게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저 장이 없었으면 책상을 두거나, 피아노라도  놓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Q.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공간은 어디인가요? 

 제가 광주에 있을 때 연습실로 사용했던 공간이 있어요. 2년 정도 사용했는데 그 공간은 저만 쓸 수 있는 공간이어서, 낮잠도 자고 밥도 먹고 친구들 불러서 연주도 할 수 있었어요. 거의 살다시피 했던 공간이었죠(ㅎㅎ). 집에서 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냈고, 짐들도 거기에 더 많았어요. 특별한 추억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나만의 공간이었고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소중했던 것 같아요. 이후 그 공간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했을 땐, 정말 안 쓰더라도 돈을 내고 소유하고 싶더라고요..  


광주 연습실

 

피아노를 전공하셨죠. 그 후에 사용했던 연습실은 어땠나요? 

 여기 서울은, 남들과 함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제 공간이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깊게 애착이 안 가는 거죠. 


Q. '친구의 친구'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이 어떤가요? 

 처음 친구의 친구 매거진의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 때, 징검다리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돌을 놓아주는 사람들이구나..' 그 돌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이 될 수도 있죠. 이 콘텐츠를 통해서 서로를 알게 되고, 그 들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훔쳐(?) 볼 수도 있으니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곧 만나게 될 일곱 명의 인터뷰이, '친구의 친구' 커뮤니티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나요? 

 사실 인스타그램으로 앞 선 인터뷰이들을 살짝 엿봤어요(ㅎㅎ). 실제로 그분들을 만나면 어떨까 하는 기대가 크고요. 각자만의 공간에서 보여준 인터뷰 때의 모습과 그 공간 밖에서 만나는 모습은 또 다를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관계들이 꾸준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Q. 공간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 공간에서 '나 스스로 자립하면서 살고 있구나'를 느껴요. 그게 힘이 되고요.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것을 누군가는 침체되고 있다고 느끼겠지만, 저는 두려움 없이 마음껏 무기력할 수 있는 것도 힘이라고 생각해요. 충전하는 거죠. 일반적으로 공간이라고 하면, '박물관, 미술관, 카페..'등을 떠올릴 수 있는데 꼭 그런 곳에 가야만 어떠한 힘을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인터뷰를 쭉 하다 보니까 왜 키워드를 '개인의 공간'으로 설정하셨는지 느껴지네요(ㅎㅎ). 저 만의 공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요. 


  인터뷰 전과 후에 달라진 생각들이 있나요? 

 음, 인터뷰를 하면서 '내 공간 안에서도 나의 모순적인 모습들이 많구나'를 느꼈어요. 모두들 다 이럴 텐데, 사회에서 남들이 좀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도 좀 이해를 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여주기 싫은 모습은 감추려고 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ㅎㅎ). 다들 그렇다는 것을 인식하고, 가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더라도 서로 많이 감싸 안아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인터뷰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무심코 하나씩 공간에 들인 물건들이 내 취향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조화롭지 않아도, 누군가 보기에는 예쁘지 않아도 내가 고른 것이고 내 공간에 있는 거니까 이게 내 취향이라는 걸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 공간은 미솔님에게 한마디로 어떤 공간인가요? 

 지나가는 공간이에요. 이 공간을 스쳐가는 사람도 있고, 오는 사람도 있고, 흔적이 남을 때도 있고 그 흔적을 제가 지워버릴 때도 있죠. 저에게 여기 이 공간은 '지나가는 공간'입니다.


'집이 마냥 편한 공간은 아니지 않나요? 집에서 불행할 때도 있어요'라면서, 가장 사랑하는 공간으로 망설임 없이 '집'을 소개한다. 그래서 되물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돌아온 대답은, '글쎄요..?' 모두에게 찾아온 몇 초간의 정적, 이내 다른 말로 화제를 돌린다.

인터뷰 내내 '양가적'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남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 그렇지 않은 모습. 혹은 깔끔한 상태, 깔끔하려고 노력하는 상태. 내 공간 안에서의 자연적인 모습, 사회에서의 내 모습 등. 이러한 각양각색의 미솔의 상태를 겸허히 다스리는 곳, 평정심을 되찾아 주는 곳은 '집'이다. 감히 정의할 수도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망설임 없이 '집'을 떠올렸던 이유,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박미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3.01.05 


vol.3 박미솔 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friend__of__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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