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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작가 Jul 28. 2021

쓰리고 통영 욕지도 여행

욕지도와 마을버스

서울에서 통영까지 버스로 4시간 반.

통영항에서 욕지도까지 1시간 반.


욕지도에 처음 와 본 것은 2년 전 겨울이었다. 그때는 첫 병원을 퇴사하고 위로여행 삼아 혼자 여행을 떠났었다. 마침  게스트하우스에서 또래 친구들 2명을 만나 세 명이서 거의 즉흥적으로 욕지도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겨울의 욕지도는 왠지 모르게 정감 가는 곳이었다. 섬의 특산물로 고구마, 감귤, 그리고 고등어가 유명했는데 우연히 발길 닿는 대로 들어간 식당에서 끝장나게 맛있는 고등어구이, 해물 뚝배기를 먹었다. 항구 근처에 고양이들과 놀기도 하고 길이 다소 험하긴 해도  트레킹을 서 욕지도의 명물인 출렁다리도 가볼 수 있었다.


욕지도는 따뜻했고 평화고 아름다웠다. 문득 신혼여행을 한다면 이곳에서 한 일주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1) 욕지도 마을버스


다시 찾은 여름의 욕지도. 서울은 37도에 육박하는 기온이었기 때문에 욕지도 역시 덥진 않을지 걱정이었다. 더군다나 우리는 차 없이 도보로 여행하는 뚜벅이 었기에 숙소까지 이동수단이 고민이었다. 욕지도에는 택시도 없고,  대략 1시간 반 마다 운행하는 마을(시내) 버스뿐이었다.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마을버스가 서있었다. 기사님에게 몇 시에 출발하는지, 우리 숙소가 위치한 관청마을에 가는지 여쭤보았다.

"지금 타면 출발하지 언제 갈랍니까(?)"라는 다소 모호한 대답에 당황하고 말았다. 어찌 됐든 다음 차는 1시간 반 뒤에나 있었기에 무작정 버스에 올랐다. 정말 버스는 곧장 출발했고 관청마을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버스 시간표 분석했다. 버스 시간표대로가 아니라 배가 항구에 들어올 때 맞춰 출발한다는 한 여행자의 글을 보았고, 정말 버스 시간은 여객선 시간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관청마을에 버스가 오는 시간은 오전 8시 10분. 우리는 넉넉잡아 15분 전 숙소에서 나섰고 숙소 앞 죽음의 언덕길을 빠르게 걸어내려갔다.


 정류장이 저 앞에 보였고, 아직 8시 5분도 안된 시각이었기에 여유로워지려는 찰나 저 멀리서 빨간 마을버스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놓치면 끝이었기에 일행도 버려둔 채 전속력으로 달려가 버스를 잡았다. 버스가 빨리 도착한 이유는 승객이 없어서였다. 스에는 오로지 기사님과 우리 커플뿐이었다. 기사님은 배를 타러 가는지, 일정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특별한 일정은 없고 항구에 가고 싶다고 얘기하자 항구는 별게 없다며 버스로 섬 한 바퀴 돌고 모노레일을 타러 가라고 말씀하셨다.


버스로 회차점까지 갔고, 버스는 아직 미개통된 도로 앞 회차점에 15분간 정차하였다. 아침은 먹었냐고 물어보시곤 저 앞 빨간 지붕 집 쪽에 가면 컵라면을 파는 가게가 있다고 하셨다. 그 좋은 서울에서 욕지도까지 여자 친구를 데리고 여행 왔으면 아침은 먹여야 하지 않겠냐고 남자 친구를 타박하셨다. (사실 끌려온 사람은 남자 친구였다.) 우리는 배가 고프지 않아 그냥 해안도로 한편에 앉아있었다.


 기사님은 옆 도로에서 어떤 풀을 따와서 우리에게 풀을 씹어 보라고 하셨다. '이 풀을 씹으면 천연 양치가 된다. 입맞춤을 할 때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권하셨다. 기사님은 아무래도 관광객 맞춤 유머까지 겸비하신 분이었다. 은 알싸한 매운맛이 났고 마라탕을 먹었을 때처럼 혀가 얼얼했다.

기사님은 버스 한 바퀴 돌며 섬의 이곳저곳을 보여주셨고 우리에게 모노레일을 타고서는 출렁다리 두 곳을 보고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라고 관광일정까지 짜주셨다. 모노레일의 시작시간을 9시 반으로 알고 있었는데 9시쯤 도착했다. 알고 보니 주말엔 선착순 조조할인이 있었고 우리는 50%나 할인된 가격에 모노레일을 탈 수 있었다. 기사님 덕에 덥지 않은 좋은 시간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출렁다리까지 걷기엔 너무 더웠고 예정대로 항구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숙소에 돌아가기 위해 다시 버스를 탔다. 기사님은 왜 출렁다리에 가지 않았냐며 타박을 하셨고 버스로 한 바퀴 돌고 숙소에 들어가라며 강제 버스 일주에 우리를 합류시켰다.  이번엔 다른 승객들을 많이 태운채 출발했다. 중간에 등산객처럼 보이는 아주머니 아저씨 들을 많이 태웠다. 한 아저씨가 버스 일주를 해도 1시간 20분 뒤 배를 타는데 무리가 없는지 묻자 "아무 문제없습니다. 배를 놓쳐도 내일도 배가 있고 모레도 배가 있는데요."라고 대답했다.


스는 정말로 우리를 태운 채 또다시 1시간의 버스 일주를 돌았다. 중간중간에 관광 명소마다 내려서 사진 찍으라고 권하셨다. 욕지도는 욕지면에서 가장 큰 섬이고, 섬 안에는  초, 중학교까지 있다고 하셨다. 욕지도는 감귤로 유명한데 10월 말~ 11월쯤 되면 감귤 나무에 감귤이 열리기 시작한다고 했다. (기사님 농담 : 감귤 사 먹을 필요 없이 주인 안 볼 때 한 두 개 따먹으면 된다.)


욕지도 버스 일주를 마치고 다시 항구에 도착하고 다른 승객들 모두 하차했다. 이제 마침내 관청마을에 데려다주시겠거니 생각했는데,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도보 40분) 걸어가야지. 뭐할라고 버스까지 타나." 라며 기사님은 또다시 진담 같은 농담을 했다. "기사님~~ 저희 살려주세요. "라는 간청에 관청마을까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었다.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단돈 천 원에 섬 한 바퀴를 일주할 수 있는 욕지도 버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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