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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작가 Aug 10. 2021

쓰리고 통영 욕지도 여행 2

욕지도 음식 최고의 조합

1. 욕지도 고등어와 톳 김밥

욕지도 여행에서 가장 기대해야 할 것은 고등어 요리이다.

다른 회와 해산물 요리도 많지만 가두리 양식장에서 갓 잡은 가장 신선한 고등어 회를 맛볼 수 있다.


우리는 고등어 회를 도시락으로 포장해서 숙소에서 노을 지는 해변을 바라보며 먹겠다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해녀 포차 고등어 회가 유명하지만, 우리가 갔던 날엔 아쉽게도 '해녀 포차'에는 고등어가 똑 떨어졌었다. 그래서 넓은 고등어 수조를 갖춘 옆집에서 회를 포장하게 되었다. 고등어회의 가격은 대체로 한 마리에 15000원쯤 하는 것 같았다. 고등어 회 두 마리를 포장하면 회 도시락 한 통과 마늘, 청양고추, 쌈장, 고추냉이, 초장, 간장소스를 준다.


고등어 회 위에 땡고추를 다져서 골고루 뿌려주신다. 특이한 것이 간장소스였다. 그냥 맛간장이 아니라 참기름과 고춧가루 등으로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간장이었다. 쫄깃한 고등어 회와 조합이 매우 좋았다. 계속 간장 소스만 찾게 되는 조합이었다. 고단한 일정을 끝내고 숙소에서 먹는 고등어회와 맥주 한 잔 하는 순간은 행복의 정점이었다.



다음 날은 섬을 떠나기 전 톳 김밥을 점심으로 먹기로 했다. 욕지도 항구 앞에는 톳 김밥을 파는 푸드트럭이 있다. 톳 김밥은 한 줄에 3000원, 두 줄부터는 포장도 된다. 트럭 사장님은 여자분이셨는데 유쾌하고 말주변이 좋으신 분이었다. 경남 사람들이 다들 친절한데, 말투 때문에 불친절하다고 오해를 산다며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들려주셨다. 욕지항에 선박이 들어오는 선착장이 4군데인데 술 한잔 걸친 아저씨들이 간혹 자기가 어디서 배를 타야 하는지(탑승권도 없이) 물어본다며, 가르쳐주고 싶어도 알려줄 수 없는 것들을 물어볼 때의 당혹스러움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톳 김밥을 포장했는데 점심으로 먹기에 김밥 두 줄은 부족할 것 같아서 또다시 고등어 회를 포장하기로 했다. 이번엔 한 마리어제와 같은 곳에서 포장했다. 소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가게 주인 같은 할머니 한 분만 계셨다. "사장님, 다른 소스는 안 주셔도 괜찮습니다~ 간장소스만 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할머니는 깜짝 놀라며 "여기 언제 와봤나? 마침 간장소스가 똑 떨어졌는데..." 라며 웃으셨다. 다행히 남은 간장소스를 탈탈 털어서 챙겨주셨다.


톳 김밥 위에 간장소스를 찍은 고등어 회 한 점을 올리고, 마늘과 고추를 더해서  한 입에 먹어보았다. 진짜 욕지도 최고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톳 김밥 2줄 + 고등어 회 한 마리 세트 메뉴가 왜 없는 건지 의문일 정도였다. 톳 김밥만 먹었을 땐 살짝 심심한 느낌인데 소스를 찍은 고등어 회와 함께 먹으니 상호 보완적인 맛이었다.


2. 해안가 식당의 해물 된장


2년 전 기억을 더듬어 욕지항 근처의 고등어 정식 전문 식당을 찾았다. 고등어구이와 해물 된장이 맛있었던 곳.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고 내지인보다는 관광객 비율이 더 높아 보였다. 우리는 고등어구이와 해물 된장이 나오는 세트에 고등어조림을 추가해서 먹었다.


2명인데도 고등어조림을 추가하니 처음부터 공깃밥 3개를 주시는 센스에 반한다. (우리는 연애 초반부터 줄곧 2인 3 메뉴를 먹던 나름의 대식가였다.) 톳 샐러드와 해초무침 등 다양한 밑반찬이 먼저 나오고 메인 음식들이 나온다. 고등어구이는 살짝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하고 담백해서 맛있었다. 해물 된장은 진짜 공깃밥 추가를 부르는  맛이다. 특별히 해물이 넘치게 담겨있는 건 아니지만 육지의 해물 된장찌개와는 다른 뭔가가 있다. 고등어구이와 해물 된장으로만 공깃밥 한 공기를 클리어했다.


고등어찜은 매콤 짭짤한 맛인데 이날 고등어찜은 가시가 많아서 먹기가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양념이 맛있어서인지 양념 간이 잘 배인 콩나물과 두부를 먹으니 젓가락을 내려놓기가 힘들었다. 이 음식점의 특제 양념은 따로 판매도 하고 있다고 한다. 배부르고 알찬 한 끼를 먹을 수 있어서 욕지도 트레킹 전에 든든한 한 끼를 먹어야 한다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3. 욕지도 고구마를 느끼고 싶다면 고구마 라


욕지도에는 고구마가 유명한데 2년 전 겨울에는 고구마 막걸리가 가장 궁금했다. 그때만 해도 욕지도 고구마 막걸리를 파는 식당이 3~4곳뿐이었기에 판매하는 가게를 찾느라 꽤나 고생했다. 그리고 작은 술집에서 막걸리를 포장해왔는데, 직접 항아리 같은 곳에서 퍼담아 주시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맛은 밤막걸리 같은 달달한 진한 맛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시큼했다.


막걸리의 맛을 아직 기억하기에 이번 여행 사실 고구마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머물렀던 숙소 카페에서 아이스 고구마 라테를 마시게 되었다. 직접 찌거나 구운 고구마를 갈아서 만드셔서 그런지 만드는 데 10분 이상 걸렸다. 한 모금 마신 순간 지금까지 마셔온 고구마라테는 모두 기억나지 않을 것 같았다. 진하고 깊은 맛, 달달한 고구마 향까지. 한 잔 쭉 비우자마자 우리 내일 아침에도 이거 마시자, 다짐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2박 3일간의 욕지도 여정에는 어딜 가든 고구마 라떼, 고구마 스무디가 따라다녔다. 페마다 맛은 조금씩 달랐지만 우리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카페가 욕지도 고구마를 굽고 찌고 갈아서 만드는 진짜 고구마라떼 레시피를 따른다고 하셨다. 그중에 '카페 1991'이라는 곳은 욕지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들을 갖고 있어서 관광 삼아서도 가봐도 좋을 것 같았다.


욕지도 막걸리가 여러 종류로 재탄생했다고 하던데 다음에 여행할 기회가 있으면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욕지도의 귤도 한 번쯤 맛보고 싶다. 욕지도의 아름다운 바다와 풍경을 보며 먹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있을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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