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병원 퇴사후 간호사 일 외에 여러가지 취미에 점점 빠져들어서 일반인이라기엔 조금 많이 알고, 전문가라 하기엔 부족하고.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 어디쯤 애매하게 위치한 분야가 점점 늘어갔다.
보드게임, 글쓰기, 여행, 사진
이 중 한 분야를 좀 더 발전시켜 보거나, 좀 더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을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보드게임 커스텀 시나리오도 만들어보고, 틈틈이 출사도 다니고, 여행 에세이를 연재하기도 하면서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던 중 2022년이 되었다.
새해 목표는 어떤 분야에서라도 조금 더 발전적인 성과 이루기.
마침 꾸준히 글을 연재하던 브런치를 통해 좋은 제안을 받았고 기회가 생겨 취미는 아니지만
본업인 "간호사" 경험을 활용한 "멘토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임상에서 나보다 훨씬 오래 계셨던 선생님도 물론 많이 계시고, 간호사 중에서 뛰어난 업무스킬과 지식을 갖추신 분들이 많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제안을 주신 크롭(Crop) 대표님과의 미팅을 통해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
대표님과 처음 미팅 때까지만 해도 조금은 걱정이 앞서 여쭤보았다.
"혹시 다른 분들은 대체로 어느 정도의 경력을 갖고 있으신가요?"
대표님께 예상 밖의 얘기를 들었다. 크롭에서는 단순히 경력이 많은 전문가보다는 각자만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을 밀리어 너로 모으고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브런치를 통해 내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다고 하셨다. 주변에서 내가 글 쓰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가족들을 제외하고 내 글을 읽은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타인이 바라보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는 학생, 신규 간호사 때부터 행복할 권리와 워라벨을 실현하려 끊임없이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용기와 도전정신으로 어떤 일이든 진입장벽을 부수고 들어갔다.
암병동과 안과 외래를 거쳐
정형외과 처치실도, 주사실에서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내과/ 외과/ 주사실 가리지 않고 적응을 잘하는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참으며 일하지는 않았다. 나를 깎아먹는 곳에선 일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다 싶을 땐 병원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만 했다.
신규 5개월 차쯤부터 "취미생활" 모임을 운영하며 모임 호스트로서 2년 반 동안 123명의 사람들과 새로운 취미를 만드는 여정을 함께했다. 모임에서 종종 다른 간호사들을 만나고 내가 간호사라는 것을 이야기하면, "아니 간호사로 일하면서 어떻게 이런 모임 운영을 하세요?"라고 묻곤 했다.
그냥 침대에서 뒹굴거릴 시간, 유튜브로 영상 볼 시간을 조금씩 아껴서 취미 활동할 시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오히려 모임을 운영하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모임을 개설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교대 근무를 하다 보면 고정 스케줄이 아니기 때문에 유동적인 모임이 더 편했다.
주변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한 번은 햇병아리 신규일 때인데도 회식 자리에서 수선생님께 칵테일 제조법을 알려 드렸다. 그랬더니 이런 건 또 언제 배웠냐며 좋아하셨다. 또 병원에 외국인 환자가 오면 영어 회화 스터디를 한다는 이유로 내가 등 떠밀려 응대를 했다. 뒤에서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던 선생님들은 어찌어찌 잘 응대를 끝내자 비로소 웃으며 발음은 본인이 더 좋다며 농담을 했다.
조금 많은 부서에서 일을 하고, 조금 더 새로운 일을 많이 벌리는 것, 에너지가 많은 것이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이었다. 며칠 전에도 모임을 통해 친해진 언니들과 톡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언니가 이렇게 물었다.
"지현이는 아직 열정캐(열정가득한 캐릭터)야?"
다들 웃으며 동의했다. 그래 나는 열정캐 간호사다. 멘토링에서 이런 나의 장점을 살려 열정 가득한 예비 간호사 선생님들에게는 열정을 더 가득 불어넣고 의욕을 잃거나 의지가 꺾인 현직/ 신규 선생님들에겐 열정을 충전해줄 것이다. 이게 내가 가장 잘하고 자신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확실히 크롭은 과외나 전문 컨설팅을 연결해 주는 곳이 아닌, 경험과 스토리를 나누고 멘티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주는 곳이기 때문에 나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멘토링 비용도 2-3만원/90분(커피값 포함)으로 저렴한 편이다. 나 역시 수입보다는 멘토링을 통해 내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밀리어너를 준비하면서 브런치와 블로그를 좀 더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밀리어너가 되기로 했다. '2022년은 나를 브랜딩 하는 일'을 시작해보고 싶었다.
커피챗(멘토링)을 하게 되면 90분 동안 진행되는데, 먼저 러너(=멘티)들과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갖고 러너들이 카톡방을 통해 전달해준질문에 자세히 답하는 시간을 가진다. 질문은 경험에 관한 것이어도 좋고 현재 러너가 가진 고민들 (진로, 직장에서의 대인관계, 학업 등)에 관한 것이어도 좋다.
그다음 러너들의 현 상태에서 커피챗(멘토링)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방안, 조언을 제시받을 수도 있다.
원하는 경우에는 나에게 퀘스트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데이 근무를 마치고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는 습관을 고치고 싶다'라고 요청한다면
퇴근 후 '나만의 행동 루틴' 세워보기 라던가, '다른 간호사 동기들과 함께 습관 챌린지 하기' 등 퀘스트를 진행해 볼 수도 있다. 멘토링이 끝난 후에도 온라인을 통해 퀘스트 피드백을 진행한다.
내가 간호학생 일 때 학교에서 간호사 현직선배와 식사 겸 멘토링 자리를 딱 한 번 만들어주셨었는데, 나에겐 정말 우상 같았던 정신과 간호사 선배를 만났다. 그 시간 동안 나눴던 대화는 몇 년이 지나도 또렷이 남아있다. 현직자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와 같이 크롭을 통한 커피챗의 장점은 전문가와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서 커피 한 잔 함께하며 적극적으로 경험 공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클래스 보다 훨씬 더 자극과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크롭 밀리어너로 저를 만나실 수 있는 커피챗은매주 화요일 저녁잠실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 간호학생, 신규 간호사 선생님들. 간호사를 꿈꾸는 사람 누구든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