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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랩 Mar 31. 2021

창밖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2021년 3월, '작작' : 딴짓

딴짓

: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에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행동을 함. 또는 그런 행동.



무언가에 한참 빠져있다가 뜬금없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이틀 테면 책상에 있는 물건이나 변함없는 창밖의 풍경같은 것들인데, 매일 보는 익숙한 것들이 때론 너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이 오면, 그 낯섦을 마주하고 온전히 신경을 집중하곤 한다.



나는 습관처럼 스낵코너에 있는 녹차를 꼭 아침에 한 잔 마시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타놓고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탓에 오후가 돼서야 입에도 못 댄 녹차가 담긴 텀블러가 눈에 들어왔다.




아... 오늘은 녹차 한잔 할 시간도 없었구나.

고소함을 넘어 씁쓸한 맛을 내는 녹차가 담긴 텀블러를 들고, 머리도 식힐 겸 창가에 앉아서 한참을 넋을 놓고 밖을 바라봤다.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게 이질적일 수 없는 공덕동의 풍경이다.


정면에 있는 이 빌딩을 기준으로 오른쪽과 왼쪽이 굉장히 다른 형상을 띄는데, 공존한다고 하기엔 과거와 현재가 조화가 없이 나뉘어 있는 곳이다. 구름이 많은 날이면 이 빌딩을 타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오묘한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초고층 빌딩 숲 사이엔 뜬금없이 100년 가까이 된 알록달록한 초등학교가 있다. 그 주위론 오래된 상가들이 즐비해있다.


이 시간이 되면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총총거리며 운동장을 뛰어나온다. 엄마들은 뛰어나오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여기저기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린다.


정문에서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모습을 보며, 어린시절 학교 정문에서 항상 나를 기다리던 엄마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이런 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똑같구나...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풍경에 잠시나마 교집합이 생겼다.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햇살 때문인가?




학교를 에워싼, 옛날 냄새를 머금고 있는 음식점들의 주인장은 정겨운 반찬거리들을 내오며 어르신들을 반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 한 중심에서 대낮부터 막걸리 한 잔 걸치시는 어르신들의 여유가 새삼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잠깐의 일탈을 즐기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다시 돌아간다.

오늘도 이렇게 소소한 딴짓 포인트를 쌓았다.










3월 작작 : 딴짓


"작작" : 월간.정기.강제.산출.프로젝트

be the clouds의 구성원이 매달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개인 작업물을 반드시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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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작 : 너무 지나치지 아니하게 적당한

灼灼 : 꽃이 핀 모양이 화려하고 찬란한

綽綽 : 빠듯하지 아니하고 넉넉한

皭皭 : 깨끗하고 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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