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생활에 빗대어 본 승선 생활
원작은 웹툰이며, 드라마로 제작된 <타인은 지옥이다>. 평소 웹툰을 보지 않기에 드라마를 통해 이 작품을 알게 되었다. 주인공, 윤종우(임시완)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아픈 형이 있다. 작가가 꿈이지만 등단(작가로 데뷔) 하지 못했고, 인턴으로 취직하여 서울로 상경하였다. 그곳에서 자리 잡은 월 19만 원의 고시원. 그곳에서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이 종우를 잡아먹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했다. 종우가 살고 있는 고시원을 보고 있자니 여기, 지금 내가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이 갑자기 나를 압박하는 느낌이랄까?
-고시원 생활에 빗대어 본 승선 생활-
1-업무 시작
나 또한 고시원 사람들처럼 방 안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업무시간이 되면 지하실로 내려간다. 지하실 문을 열면 후더분한 열기와 함께 ‘윙!! 윙!!’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나를 반긴다.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나에게는 직장상사이며, 동료들이다. 그 사람들과 하루 내내 붙어서 일을 한다.(듣기 좋은 말, 듣기 싫은 말, 그리고 인간이 내는 모든 소리를 들어가며 말이다.)
2-업무 끝
업무 시간이 지나, 잠시 바람을 쐬고 싶어 밖으로 나왔다. 몇 발자국 나갔더니 앞은 낭떠러지.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다. 그저 고시원 건물 하나뿐이다. 그렇게 바깥공기를 몇 모금 마시고 들어와 모두 식당에 모여 밥을 먹는다. (이때 식사 시간은 철저히 지켜서 상사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저녁을 (삼시 세 끼)를 같이 먹고, 방으로 돌아와 늘어진다. 그리고 힘을 내어 일어나면 벌써 시간은 하루를 넘어가려고 한다.
3-전화 벨소리
‘띠리링! 띠리링!’ 갑자기 방안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잠결에 전화를 받는 동시에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4시 20분쯤, 지하실 당직자의 전화이다.
(당직자와 나는 서로에게 외국인이다.)
지하실 당직자 : ”cargo stop, ‘G/E stop”
(그저 이렇게만 말할 뿐 별 얘기가 없다.)
나: ‘’No problem, please start g/s pump by circulating sea water to increas G/E’s load”
지하실 당직자 : “Yea, yea”
(대답이 신통치 않다.)
나 : “You got it?” “Did you understand?”
지하실 당직자 : “No, No”
돌아오는 대답에 갑자기 화가 난다. 새벽에 전화해서 단잠을 깨웠는데 ‘이런 말도 못 알아듣는다고!?’ 정말 답답했다. 그냥 전화를 끊는다. 잠은 이미 다 깼다. 그리고 다시 눈은 시계로 갔다. 시간은 새벽 4시 30분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지금 잠을 자고 있지 않는 사람들 중에 지하실 당직자와 같은 국적을 가졌고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통역을 부탁해야 한다..
‘하.. 찾았다, 통역사!’
그리고 지하실로 같이 내려간다.
4-다시 업무 시작
그렇게 새벽 시간이 흐르고, 몸을 추슬러 다시 지하실로 내려간다. 정신이 몽롱하다. 그리고 지하실을 울리는 전화 벨소리, 검사관이 왔다고 한다. 검사관이 고시원 방, 주방, 지하실, 옥상을 모조리 다 검사한다. 구석구석 사진을 찍으며 지적할 거리들(시빗거리들)을 포착한다. 그리고 요구하는 접대비, 이 순간을 무사히 넘기지 못하면 잠자기는 글렀다..
5-그리고 다시 방으로
그렇게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책을 읽고 있다. 그런데 또 전화벨이 울린다.
회식이다...
6-타인은 지옥이다
처음 고시원에 들어와,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닮고 싶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이제는 4년 차, 나도 똑같아지고 있었다.’
고시원에서 ‘팩트’는 없다. 상사의 생각은 옳다고 따라야 한다. 그게 편하다. 내 생각을 말하면 붙잡혀서 끝이 나지 않는다. 몇 시간이고 상대 감정은 요동치며 말하고, 나는 그것을 다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들은 부정하고 비난하기를 익숙하다 못해 즐기는 듯하다.
“예나 지금이나 나이 든 사람은 유년 시절을 미화하면서 세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우긴다.”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사람들은 언제나 ‘내가 그 직책일 때는 그렇게 안 했어!’, ‘나라면 그렇게 안 했다.’ 여기서 사람들은 ‘본능들’을 쉽게 드러내기에 관찰하기 쉽다.
주인공, 종우(임시완)가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들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들처럼 변하는 내 모습이 겹쳐진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동안 답답함과 두려움을 느꼈던 것일까?)
하지만 우리는 타인과 함께 세상을 살아 나간다. 그 모두가 지옥일까?
세상을 바로 볼 줄 안다면, ‘팩트’를 볼 수 있다면,
‘세상을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면 내가 만들어낸 지옥에서 헤쳐 나올 수 있음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