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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Feb 10. 2020

내가 요즘 즐기는 것들

홈스테드 생활 탐구 - Community Homestead20

미국에서의 생활 2개월 지났고, 그중 홈스테드 생활 1달이 지나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나의 현재는 어떠한지 생각하다가 소소한 행복을 발견했다.


# 토지

최근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데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박경리선생님의 토지를 읽는 것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 초에 완독을 결심하고 설 연휴 때 세 권을 읽었는데, 그 후로 손을 놓고 말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에서 아이패드에 text파일을 받아왔다.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읽을 생각을 못 했는데, 여유가 생기니 완독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다시 선다. 토지는 소설이지만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며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정독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문장 하나하나에 특유의 다양한 표현이 있다. 특히 하동의 구수한 사투리, 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 감정의 전개에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된다. 내가 책 읽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을 재우면서이다. 한번 토지를 읽기 시작하면 2~3시간이 금세 지나가버린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새벽 4시까지 읽다 잤다. 하하하.. 얼마 만에 누리는 호사인지 모르겠다.


# 위스키 – Maker’s Mark

미국 사람들은 맥주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매일 한 병씩 들고 홀짝홀짝 한다. 저녁이나 주말에 거실에서 왁자껄한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궁금해서 참지 못한다. 꼭 염탐을 하고 와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에게 귀띔을 해 준다.

“엄마~ 위에 사람들이 많이 와 있어요.”

“자기네끼리 맥주 많이 마시고 게임하고 있어요. 엄마도 가서 좀 마셔요.”

사실 Orion 하우스 생활 초기, 술도 공동 식비에 포함되어 있나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놀러 와서 술을 마실 때 나도 간간히 끼여 맥주 한 병 정도 마시곤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다들 냉장고에 자신의 맥주가 있었더라는... 내가 누군가의 맥주를 아무 말도 없이 먹었다니...ㅠ.ㅠ 다른 집에서 놀러 올 때도 자기 맥주를 사서 들고 오는 거였다. 아! 참! 문화가 다르지... 그래도 좀 냉랭하구먼~ ;;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와서 원한다면 공동체의 차를 운전할 수 있는데... 길도 모르고 그동안 딱히 나갈 일이 없었다. 지난번 월마트에 갔을 때 내 맥주를 사서 오기는 했지만... 벌써 다 먹었다. 그리고 사실 난 소주 체질이다. 그래서 며칠 전 윌이 타운에 간다고 할 때 위스키를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싼 것부터 비싼 것 까지 여러 가지를 추천해 주었는데, 평소 안 먹었던 제품을 선택했다. 나름 32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Maker’s Mark라는 위스키를 책상 옆에 모셔 놨다. 하루 일과를 다 마치고 얼음을 동동 띄워 한잔씩 마시는 것이 요즘 낙이다. 남은 3주 안에 다 먹고 가야지~~


# 미드 – True Ditective

요즘 들어 거실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저녁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람들이 미드 시리즈물들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 볼 때 나도 살짝 끼여 앉는다. 처음에는 배두나가 나온 Sense8을 보다가 요즘에는 진짜 형사라는 미드를 본다. 매튜 히트너가 주연인데 내용이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고 외로운 분위기까지 물씬 풍긴다. 드라마 분위기가 조금 어두운 편이지만, 말이 그리 빠르지는 않아서 다행히 간간히 알아들을 수 있다. 내가 미드를 볼 때는 우리 두 딸들은 방에서 자유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래서 자꾸 내게 물어본다.

“엄마~ 또 그거 드라마 봐요?”

“응~ 너는 문제 다 풀었니? 엄마한테 와서 확인받고 정글 보렴~”


# 꽃 – 꽃 차

여름이라 이곳저곳 지천에 보이는 것이 꽃과 풀이다. 들꽃은 들꽃 나름대로 예쁘고, 사람이 심어 놓은 꽃들은 다양한 색들로 조화를 이루어 예쁘다. 미국 사람들은 꽃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여기저기에 꽃을 참 많이도 심어 놓았다. 집집마다 거실에 꽃을 장식해 놓고, 집 정원이나 텃밭에서 꽃을 가꾸고 있다. 요즘 목장 앞 꽃밭을 가꾸다 보니 자연스럽게 꽃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우리 집 거실에 있는 꽃은 내 담당이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든에 들러 그때 그때 내 맘에 드는 꽃을 잘라온다. 꽃병에 꽂아 식탁에 올려놓으면 내 마음까지 화사해진다.  


꽃은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맛으로도 유용하다. 아이들이 자꾸 무언가를 알려준다.

“샌디가 저기 가든에서 꽃을 따고 있던데요? 그것으로 차를 만들 거래요.”

“맞아요. 이 꽃도 따고 있었어요. 우리 집에도 있는 꽃이잖아요.”

꼬마 아이잭은 민트차를 좋아해요. 저기 봐요. 자기가 이파리를 뜯어서 그냥 먹잖아요.”

아이들의 제보 덕에 나도 자연스럽게 꽃 차에 관심이 생긴다. 그래서 며칠 전에는 샌디에게 조언을 구했다.

“샌디~ 저 지금 차 마시려고 하는데, 어떤 꽃이 차로 좋을까요? 추천 좀 해주세요.”

“아~ Ray~~ 음~ 가만있자.. 이 꽃이 좋아요.”

꽃잎을 따서 한낮에 말리면 금세 꽃잎 차가 만들어진다. 비가 내릴 때 뜨거운 물에 꽃 차를 넣어 한 잔 하면, 은은한 향이 내 안에 퍼진다.


# 다양한 야채

여름이 깊어질수록 야채가 다양해진다. 컬리플라워, 비트, 케일, 샐러리, 양상추, 콩, 브로콜리, 호박... 특히 호박의 맛은 한국에서 먹던 것이랑 같은데, 색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우주선처럼 생겨서 그런지 이름이 Patipan이다. 생김새가 너무 신기하다. Orion하우스에서는 내가 음식을 하지 않으면 맨날 빵, 치즈, 잼 밖에 먹지 못한다. 그러면 아랫배가 답답해져 오고 화장실 반응이 아주 더뎌진다. 게다가 아이들이 단번에 “엄마~ 이게 뭐예요. 먹을 게 없잖아요.” 민원을 건다. 샐러드를 먹기는 하지만, 사실 날 것이라 많이 못 먹는다.


그래서 가능하면 음식에 야채를 많이 넣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보려고 한다.

“얘들아! 이 야채 한국에서 먹으려면 비싸~ 그러니까 많이 먹자!”를 실천 중이다.

그러다 오므라이스에 비트를 넣어 아이들한테 혼나기도 했다. 내가 봐도 쫌 너무 하긴 했다. ㅠ.ㅠ 게다가 여기 있는 야채는 모두 유기농이다. 저녁에는 비가 많이 와주고, 낮에는 강한 태양이 내리쬐니 비료가 없어도 싱싱하게 무럭무럭 잘 자란다.


그리고...

또 있다.

파란 하늘 쳐다보기, 노을 구경하기, 포도가 얼마나 익어가는지 확인하기, 옥수수랑 키 재보기, 텃밭에서 라즈베리 따먹기...


직장맘의 육아휴직 레시피 – 두 아이와 미국 세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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