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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Feb 19. 2020

좀 더 부딪쳐 볼 걸~

강에서 튜브를 3시간 -Community Homestead24

공동체에서는 business meeting을 통해 각 house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공유하고 주요 안건을 논의한다. observer로 참여하게 되면서 그나마 공동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구성원들 간 주요 이슈는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제대로 listening 하기가 쉽지 않다. 띄엄띄엄 단어가 들린다. 이번 주 회의에서 기억나는 단어는 apple, river, swimming, babeque... 대략 그런 것들이다. ‘아~ 강으로 놀러 가는구나!’하고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할까?


다음날인 목요일 오전, 일을 끝내자마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12시 30분에 모두들 차에 올라탔다. 20여분 거리 정도 되는 서머세트 apple river에 도착했다. 샐러드, 치즈, 빵, 잼 등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대형 버스에 올라탔다.

“엄마~ 다른 사람은 수영 신발 신고 왔는데요? 우리만 쪼리 신었잖아요. 어떻게 해요?”

“그러게. 엄마가 깜빡했네. 이가 없으면 잇몸이지. 이 비닐을 사용해보자.”

“이게 뭐야. 창피하게

“뭐 어때~~ 이 비닐을 찢어서 줄처럼 쪼리랑 발목을 묶어보자. 저기 더스틴이랑 렉스도 슬리퍼를 신었네. 우리가 도와주자~”

“엄마. 튜브를 타고 내려가나 봐요.”

“맞아~ 캐리비안베이에서도 튜브 타고 빙빙 돌잖아. 그런 거랑 비슷한가 봐. 신나겠다.”


버스가 한 지점에서 우리를 내려준다. 코워커와 장애인이 1:1 짝이 된다. 샐리는 독일에서 온 고딩 게이지랑 짝이 되었다. ㅎㅎㅎ아침부터 샐리가 “내 파트너는 해리거나 토니일 텐데요~”라고 했는데... 샐리와 게이지의 표정이 어찌나 떨떠름한지... 짝에 대한 그녀의 기대감이 컸나 보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찬천히 살펴보니 다들 짝꿍에 대한 느낌이 보인다. 얼굴 표정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가족끼리 한 팀이 되었다. 우리는 세 개의 튜브를 골라 서로가 연결이 되도록 끈으로 묶었다.  

“애들아. 뭔가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니? 우리 한국에서 래프팅 했었잖아. 그런 것 같아!”

“네. 엄마~ 저기 봐요. 사람들이 출발하기 시작했어요. 정말 신나요!”

“저기 좀 봐봐. 하늘이랑 새가 너무 이쁘지 않니? 날씨가 정말 죽이네~~”


출발한 지 1시간 정도까지는 우리 모두 래프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굴곡이 없는 강이라서 그런지 물살이 너무 잔잔하다.  

“엄마. 우리 토니네랑 같이 가요.”

“좋아. 우리끼리만 강을 따라 내려가니까 너무 심심하네.”

“엄마. 나 추워요!”

“그러게 말이다. 오늘따라 날씨가 좀 쌀쌀하지 않니? 바람도 많이 부는 것 같아.”

“엄마. 저기 해리랑 렉스가 보여요. 렉스 좀 봐요. 엄마가 슬리퍼 위에 하얀 양말을 신겨줬더니 멀리서도 너무 잘 보여요. 너무 웃겨요.”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대화가 잘 안 되는 렉스랑 해리가 너무 심심해 보인다...”


어떻게든 즐거운 시간으로 보내고 싶어서 중간중간 다른 팀들을 만나 물장난을 쳐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시간이 지나니... 튜브에 매달리느라 힘을 주고 있는 어깨에 통증이 커진다.

“엄마. 이거 왜 이렇게 길어요? 나 힘들어요.”

“조안! 이거 언제 끝나는지 알아요?”

“3시간 짜리예요. 우리가 차 놓고 온 곳까지 가야 해요. 아마 한 시간 정도 남은 것 같아요.”

“엄마~ 조안이 뭐래요?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1시간 더 남았다고 하네. 미국은 산이 없어서 이렇게 강이 평지인가 봐. 재미는 좀 없기는 하지만 경치가 멋지지 않니? 우리가 언제 이렇게 와 보겠니~ 제대로 한번 즐겨보자!”

“네. 알았어요. 그런데 엄마 입술이 파래요.”

“그래? 날씨가 오늘따라 춥네. 배도 고프고... 사과라도 챙겨 올 걸 그랬어.ㅠ.ㅠ”


마치 톰소여의 모험에서 나오는 강을 지나가는 느낌이다. 물살이 약해서 천천히 3시간 동안 튜브에 매달린채 흘러가고 있다. 정말 많은 인내가 필요한 래프팅이다. 어떤 팀들은 맥주랑 간식을 챙겨 와서 중간중간 먹고 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러운지... 담요 한 장, 물 한 병 없이 오로지 튜브에 의지해 맨 몸으로 3시간을 버티려고 하니 체력이 고갈된다.


이심전심인지 홈스테드 식구들 모두 표정이 피곤해 보인다. 딱 3시간을 채워서 5시 30분에 종결 지점에 도착했는데 해가 져서 날씨가 더 추워졌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조이와 스티븐이 아직 도착을 안 했다. 두 사람이 3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튜브를 탔을 걸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오고, 왠지 스티븐이 불쌍해 보인다. 그나마 수다를 좀 떠는 장애인들의 경우 대화 상대가 되겠지만, 조이의 경우에는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한 10여분 지났을까? 저 멀리 튜브를 들고 걸어오는 두 사람이 보인다. 조이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 보인다. 오늘 몸살 날 사람이 꽤나 있을 것 같다.   


다들 너무 피곤해서 저녁 먹을 준비하기가 힘들겠다고 윌이 피자를 시켜 먹자고 한다. 이런 시골에도 배달이 된다니~~ 오랜만에 남이 해 주는 밥을 먹으니 편하고 좋다. 엄청 큰 피자를 배불리 먹고 좀 쉬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게임을 하자고 조른다. 게임은 1시간 예정이었으나 2시간이나 걸렸고, 나는 10시가 넘어서야 자유의 몸이 되었다.


몸은 피곤해도 다른 식구들과 맥주 한잔하며 게임을 즐기니 이제야 비로소 내가 이 집 식구가 된 것 같다. 처음에는 모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분위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다. ‘같이 하자고 한마디도 못해주나?’ 서운해하고, 먼저 배려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의 일상에서 우리가 배제된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보니 ‘별것 아니었네. 이들도 여유가 없었을 뿐이야’하는 생각이 든다. 막상 이렇게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을 그때는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그냥 좀 더 부딪쳐 볼 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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