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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Feb 24. 2020

목장에서 현장학습 체험

혼자서 송아지 돌보기 -Community Homestead 26

일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서 St. Croix축제장에서 홈스테드 식구들과 합류를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오늘 처음보는 것 같다. 범퍼카 경주가 있는 날이라 동네 사람들이 다 몰려왔나 보다. 8세 이상 입장료가 6달러라고 한다. 관중석에 앉아 자신이 응원하는 범퍼카 번호를 부르며 열광하는 사람들 틈에 앉아 있으니 축제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이런 경기는 영화에서나 봤는데 실제로 내가 관람하고 있니 너무 신기하다. 경기 종료 후에는 놀이기구에 흥분한 아이들을 따라다니느라 여념이 없다. 그렇게 해서 이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주말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홈스테드에서 보내는 마지막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토요일 새벽에 출발하니 5일 정도밖에 안 남은 셈이다. 짐 정리, 식구들과 인사도 해야 하니 마음이 저절로 다급해진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그동안의 생활을 잘 정리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오늘이 Moo-tel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다.    

“얘들아. 오늘은 송아지 돌보는 마지막 날인데 아무래도 너희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줬으면 좋겠어~”

“왜요? 싫어요. 우리가 왜 해요!”

“지민아. 너 이제 송아지들 돌봐주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야. 한국에서는 현장학습이나 가야 할 수 있거든.”

“맞아. 지민아. 그건 엄마 말이 맞아. 돈을 주고 가야 가능해~”

“정말 언니? 엄마! 돈을 내야 해요? 이게 현장 학습이에요?”

“언니도 그렇게 얘기하잖니. 오늘은 너희 둘이 저 소 우리에 들어가서 건초도 깔아주고 밥도 주렴~”

“네.... 알았어요~ 엄마.”


요즘 송아지들이 많이 떠나서 Moo-tel에 남아있는 송아지가 별로 없다. 지금까지는 내가 주로 일을 하고 아이들이 도와줬지만, 오늘은 두 아이들이 일을 주로 하고, 내가 돕기로 했다. 은근히 알고 보면 순진한 우리 두 아이들... 어쩜 이렇게 내 말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줄까?  아이들이 삽을 들고 차근차근 건초들을 챙겨 와서 송아지 우리에 넣기 시작한다.  

“민서야. 저 송아지는 좀 막 나가는 것 같아. 너무 거칠지 않니?”

“그러게요.”

“엄마 생각에는 민서가 맡은 우리에는 들어가지 말고 밖에서 던져서 건초를 깔아주면 어떨까?”

“엄마~ 곡식을 던져 주면 송아지가 온순해질 거예요. 그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정말? 진짜네. 밥 먹느라고 뛰어다니지 않고 조용하다. 역시 우리 큰 딸~

“엄마! 나한테 엄마 신발 좀 빌려줘요.”

“지민아. 너한테는 내 신발이 너무 큰 것 같은데? 그리고 네가 있는 우리에는 송아지가 두 마리밖에 없어서 깨끗해 보이는 걸?.”

“안돼요. 엄마. 소 똥이 있단 말이에요. 빨리 빌려줘요.”

“에구~ 깔끔쟁이 지민이~ 알았어. 기다리렴~~”


Moo-tel 청소에서 제일 난관은 역시 파리 테잎 말기이다. 파리 시체들이 잔뜩 붙어 있어서 징그럽기도 하지만, 롤러를 돌리는데 힘이 꽤 필요하다. 다행히 오늘은 건초더미들이 많아서 아이들의 키만큼 쌓아 올려 발판을 만들었다.

“지민아. 네가 파리 테잎 말기 해봐. 엄마가 도와줄게~”

“정말로요? 아이구.. 힘들어요... 알았어요. 엄마....”

“그래. 잘하네. 지민이~~ 옳지 그렇게!!”

“엄마. 내 파리 테잎 롤러는 잘 안 돌아가고 빠져요.”

“그러게 말이다. 민서야. 그쪽 롤러가 좀 힘들더라고. 그렇지~ 잘한다....!”

“엄마~ 팔 아파요.”

“그러게~ 실제로 해보니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 그래도 잘하고 있어.”


그렇게 해서 송아지 잠자리를 깔아주고, 건초를 주고, 파리 테잎도 갈아주고, 바닥까지 정리하는 일이 끝났다. 힘들다고 포기할까 봐, 옆에서 잘한다는 말을 얼마나 했던지~ 내 입이 아플 지경이다. 쉬지 않고 일을 했더니 시간이 꽤 남았다. 아이들은 오늘도 풀밭에 나가 있는 소들한테 물 주러 가는 윌과 동행하겠단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들에 더 애정이 생기는 듯 하다.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는 소들에게 시원한 물을 주는 풍경이 고즈넉하다.  


오늘은 스콧과 샐리가 우리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하는 날이다. 그들에게 내가 만든 음식을 마지막으로 음식을 만들어주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신경이 쓰인다. 스콧은 에그롤이 먹고 싶단다. 그걸 반영해서 오늘의 메뉴는 치즈 김 계란말이, 잡채이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를 활용해서 마지막 남은 잡채면을 다 썼다. 한국 음식은 역시 정성이다. 챙길 것이 너무 많다.


저녁을 먹고 정리를 하는데 조안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엄마소 한 마리가 아기를 낳을 것 같단다. 아이들과 부리나케 뛰어갔다. 막상 목장에 도착하니 실망스러운 소식이 기다린다. 엄마소가 양수를 조금 흘린 것 같기는 한데, 풀이랑 물만 열심히 먹고 통 출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출산은 한순간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놓칠세라 엄마소를 열심히 관찰을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지켜보던 아이들이 지루한지 하나둘씩 사라지기 나만 남았다.   

“엄마~ 혼자서 뭐해요! 축사에 왔으면 일을 해야죠!”

“응. 너희들한테 아기 소가 나오는지 얘기해주려고 엄마소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래요? 나는 소 똥도 치워줬어요.”

“역시~ 우리 지민이 대단한데? 이제는 능숙하게 아주 잘하는구나~”

“맞아요. 내가 이런 일을 몇 번이나 했는데요. 이제는 자신 있다니까요. 그런데 아기 소는 언제 나와요?”

“음... 아까는 나올 것 같았는데. 지금은 진통이 또 멎었나 봐.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아이들은 이제 축사에 오면 당연히 자기들도 일손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신이 나서 씩씩하게 일하는 모습에 내 마음까지 명랑해진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아기 소가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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