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내 주말을 책임지고 있는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언제, 어떻게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을까?
2022년 4월 기준,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는 약 2억 2,164만 명으로, 2021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스트리밍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마케터(eMarketer)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은 하루 평균 30분 정도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우리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인 '오징어 게임'을 비롯하여 'DP', '종이의 집'과 같은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의 성공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넷플릭스의 ‘데이터 분석 전략’이 숨어있다. 이번 글에는 넷플릭스가 어떻게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그리고 넷플릭스 콘텐츠 뒤에 숨겨진 데이터 분석 전략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넷플릭스의 데이터 분석 전략을 살펴보기 전에, 넷플릭스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1997년 당시, 비디오를 대여하고 반납하기 위해 직접 비디오 가게를 찾아가야 했던 불편함과 반납일을 넘기면 연체료가 부과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리드 헤이스팅스는 고객이 인터넷으로 비디오 대여를 신청하면 봉투에 비디오를 담아 우편으로 배달해 주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이렇게 넷플릭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당시 배달에 사용한 봉투가 빨간색이었는데, 이 봉투의 색이 현재 넷플릭스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이어져 온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탄생으로 고객들은 더 이상 비디오 가게를 직접 찾아갈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때 넷플릭스는 현재 흔히 볼 수 있는 '구독 모델'을 도입하여 연체료에 대한 문제도 해결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비디오를 대여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월 정액 구독료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고객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반납할 수 있었고, 연체료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게 되었다. 넷플릭스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의 스트리밍 형태와는 다르지만, 초기 넷플릭스도 현재의 넷플릭스처럼 사용자 중심의 생각으로 차별화된 혁신 비즈니스를 전개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불만사항이 나타났다. 불만사항 중 하나는 비디오를 받기까지 우편의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불만사항을 해소하고자 넷플릭스는 원하는 비디오를 온라인에서 바로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2007년에 출시하였다.
1997년 넷플릭스 창업 이후, 10년 뒤인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사업 전환은 당시 인터넷 기술의 발전이라는 우연성이 따랐다고 할 수 있지만, 사용자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했던 사용자 중심 철학이 다른 서비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차별성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2007년 스트리밍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였고, 사용자들이 영화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시네매치(Cinematch)'라는 영화 추천 엔진을 개발하였다. 시네매치 엔진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 즉 시청 기록, 평가, 검색 기록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 엔진에는 넷플릭스의 자체 운용 시스템인 '마이크로 장르 시스템'을 활용한다. 마이크로 장르 시스템은 영화별로 수많은 메타 데이터를 태그 하고, 이 태그를 통해 다양한 그룹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분류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본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각 영화를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처럼 수많은 키워드를 부여해 분류해 주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조금 더 풀어서 쓴 구체적인 예시는 이후에 나올 '(1) 콘텐츠 추천 방식'에서 다룰 예정이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특정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을 때, 넷플릭스에 접속해서 이미 생각해 둔 콘텐츠를 찾아 시청하는 편이지만, 넷플릭스의 전체 콘텐츠 소비 중 70% 이상이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데이터는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볼지 미리 정하지 않고, 넷플릭스에 들어와서 무엇을 볼지 탐색하는 비율이 높음을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의 시네매치로 넷플릭스의 이용 경험을 더욱 향상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02. 콘텐츠 추천을 위한 엔진, 시네매치'에서도 간단히 다뤘던 내용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콘텐츠 추천 방식 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콘텐츠 기반 알고리즘’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용자가 '트랜스포머', '아바타', '아이언맨'을 시청했다면, 해당 사용자의 시청 기록을 분석하여 이와 유사한 SF 영화를 추천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유사 사용자 기반 알고리즘’이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 A, 사용자 B, 사용자 C가 모두 SF 영화를 선호하는 경우, 사용자 C에게 영화를 추천하고 할 때, 사용자 A와 B는 이미 시청한 SF 영화 중에서 사용자 C가 아직 보지 않은 SF 영화를 추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 기반 알고리즘과 유사 사용자 기반 알고리즘은 최근 많은 콘텐츠 서비스에서 활용되고 있어, 데이터를 활용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에서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간주된다.
가끔 동일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지난주와는 다른 썸네일을 마주하거나, 옆 친구와 나의 썸네일이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시스템 오류가 아닌 넷플릭스가 의도한 전략 중 하나이다. 넷플릭스는 동일한 콘텐츠에 대해 약 20~30개의 썸네일 이미지를 제작하며, 이러한 썸네일은 개별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상이하게 제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맨스 콘텐츠를 자주 소비하는 사용자에게는 콘텐츠 속 러브라인 모습의 썸네일을 제공하고, 미스터리 콘텐츠를 자주 소비하는 사용자에게는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썸네일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썸네일 전략은 넷플릭스가 서비스 이탈률을 분석한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사용자들은 보통 60초에서 90초 동안 약 10~20개의 콘텐츠를 탐색하는데, 이 시간 동안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지 못하면 서비스를 떠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데이터 분석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썸네일 이미지에 집착하게 된 것이다.
또한,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사실 중 하나는 한 썸네일에 너무 많은 인물이 나타나면 사용자들이 해당 콘텐츠를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최대한 썸네일에 3명 이상의 인물을 표시하지 않는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썸네일 외에도 콘텐츠를 제작할 때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사용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선호하는 연출 방식, 선호하는 배우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콘텐츠 제작은 넷플릭스가 예측한 분석 결과와 부합하여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넷플릭스는 다른 OTT 서비스와 달리 한 시즌을 한 번에 공개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 결정도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사용자들이 주말에 드라마를 집중적으로 시청하고, 시청 후에 입소문을 일으킨다는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 시즌을 한 번에 공개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중심의 접근 방식은 넷플릭스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콘텐츠의 성공을 예측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 중 하나이다.
넷플릭스는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고 있다. 넷플릭스의 사례를 통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직관이 아닌 데이터 분석의 접근이 필수적임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넷플릭스가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사용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사용자의 경험을 향상하기 위함이다. 넷플릭스의 데이터 수집과 활용 사례를 분석하면서, UX 디자이너로서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느끼게 되었다.
참고 자료 출처 :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은 데이터 분석. '21세기 원유'가 4차 산업혁명 이끈다, 2017 (DBR)
넷플릭스의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 활용 사례, 2020 (openads)
美 넷플릭스 성공요인, 시청자 선호도 간파하는 '빅데이터'로 밝혀져, 2019 (AI 타임스)
[새 소식] 5편.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콘텐츠, 넷플릭스, 2022 (DACON)
2021 넷플릭스 Netflix 사용자 데이터 분석 보고 [총정리], 2021 (CWN)
넷플릭스는 내가 언제 잤는지 알고 있다. (Superook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