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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해녀의 딸 04화

∝해녀의 딸 4화

호백이 곁으로 온 돌고래

by 윤소리

호백이는 돌고래 다랑쉬를 만나기도 편한 데다 심방 좌씨처럼 마을을 위해 기도하려고 아침 일찍 해신당인 생개납 돈짓당을 찾았다. 해안선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크게 입 벌린 맹수 모양의 우뚝 솟은 신석이 있고, 암석 틈에서 자연스레 자란 신목이 제단을 향해 길게 드리워 있다. 오늘은 왠지 신령한 곳에서 만나야 할 것 같았다. “호~오이, 호~오이” 다랑쉬를 불렀다. 남방큰돌고래 다랑쉬는 “호~오이, 호~오이” 호백이의 파동을 읽는다.

어느새 무리와 함께 돌고래 다랑쉬가 호백이 곁으로 왔다.

“무슨 일 있어? 꾸륵”

“응. 큰일 났어. 저번에 이무기가 나타났다고 말했잖아.”

“그래. 그 후에 또 무슨 일이 있어?”

“밤마다 이무기가 괴성을 내는데, 마을 사람들이 떨고 있어.”

“무섭겠다. 근데 이무기가 왜 그런대?”

“그것 땜에 널 불렀어. 너라면 이무기 소릴 알아들을 것 같거든. 우리 마을에 이무기가 왜 왔는지, 뭘 원하는지 알고 싶어.”


사실 우린 이무기랑은 안 친해. 워낙 이무기가 잡식성이라 다들 가까이 안 해. 이무기가 종달리에 온 후로 우리 돌고래를 삼켰다는 말은 아직 못 들었어. 이무기를 만나는 게 썩 내키진 않지만, 호백이 네 부탁이니까 알아볼게. ”

“힘든 부탁인데, 선뜻 들어줘서 고마워. 조심해.”

“그래, 친구들과 가서 얘기해볼게. 기다려.”


이 일이 어떻게 될까. 호백이는 초조하게 다랑쉬를 기다리며 해신당 앞에 엎드렸다. 신령님께 기도하는데,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그동안 우리 마을이 얼마나 평화롭고 서로 돕는 공동체였는지, 해녀로서 바당밭을 일구며 살아가기가 힘들지만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니 지금 상황이 더욱 안타까웠다. 호백이는 마을의 위기를 해결하게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다랑쉬가 돌아와 들려준 이야기는 이렇다.

‘사람을 해치려고 종달리에 오지 않았다. 여의주가 세 개나 되는데도 용이 못돼서 도와줄 사람을 찾아왔다. 탐라국의 종달리 마을이 영험하다는 말에 솔깃해서 마지막 희망을 안고 여기 왔다.’


먼저 삼춘들을 안심시켜야겠네. 다랑쉬야, 무슨 수로 우리가 이무기를 돕지?”

“용왕님이라면 해결해주실 거야. 굉장히 지혜로우신 분이셔. 꾸륵”

“용왕님이 도와주신다고? 용왕님이 계신 곳을 알아?”

다랑쉬는 용왕님이 배고플 때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 찾아오랬다고 자랑했다.

“잘됐다, 정말. 근데 용궁에 가려면 얼마나 걸려?”

“왔다 갔다 삼일 정도 걸릴 거야. 꾸륵”

“뭐라고? 삼일? 난 절대 못 가겠네. 용왕님의 딸이라 불리는 강백 성이라면 몰라도...”


이러면 어때? 난 폐로 호흡하니까 규칙적으로 물 위로 올라가 숨을 쉬어야 해. 1분에 한두 차례 정수리에 있는 숨구멍, 즉 분수공으로 호흡하지. 하지만 분수공이 물속에 있을 땐 강력한 근육으로 닫혀 있어. 물이 안 들어가. 내 말은 삼일 동안 호백이 네가 내 뱃속에서 지내는 거야. 생각해봐. 물속에서 내 뱃속만큼 편하고 안전한 곳도 없을 거야. 난 매일 8시간씩 잠을 자는데, 잠잘 때는 내 친구 네 명이 돌아가며 불침번을 설 거야. 배고프다고 신호하면 잠깐씩 널 뱉을게. 그때 서로 식사하면 돼.”

‘돌고래 뱃속에서 잔다니!’

생각만 해도 호백이의 호기심은 커졌다.

‘근데 어멍과 성들이 믿어줄까? 결사반대하겠지. 방법은 하나다. 강백 성하고 가겠다고 해야지. 강백 성이 간다면 어멍도 안심하고 보내줄 거야.’







*이미지 출처: Pinterest@Mldu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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