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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일본여행 안간다면 우리 대만이 가자!”

[대만 소소한 일상] ‘ITLOVEJP’_중일갈등국면 속 대만의 표정

by KHGXING

궁금했습니다. 최근 악화하고 있는 중일관계 속에서 중국인들이 방일관광을 취소하고 있다는데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중국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관광에 있어서도 최대 시장입니다. 올해 1~9월까지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7,487,200명으로 전체 방일관광객 31,650,500명 가운데 23.7%를 차지했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네요. 6,793,600명으로 21.5%를 차지했습니다. 세 번째는 5,036,700명의 대만으로 15.9% 비중입니다.


관광지출액에서도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올해 1~9월 중국인은 일본에서 1조 6,443억엔,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약 15조 4,071억원을 소비했습니다. 전체 외래객 소비액이 약 6조9,156억엔이니까 23.8%를 중국인이 지출한 셈이죠.


그렇다면 일본 당국은 현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주변국, 예를 들어 한국이나 대만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신속한 대응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다른 주변국 관광객의 방일을 유도해서 중국인의 빈자리를 채워 ‘비상상황’을 헤쳐 나가는지 해서요. 일종의 위험 헷지, 리스크 완화 전략이겠죠.

‘다행히’ 일본 당국이 그렇게 발 빠르진 않더군요. 제가 거주하고 있는 대만의 관광시장을 조사해 보니 일본 당국의 유치 프로모션이나 이벤트가 새로 시작되는 것은 없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SNS 채널이나 대만 여행사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그러했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이 특별 프로모션을 시행한다면 우리나라와 일본 가운데 저울질을 하고 있는 대만인들이 발길을 일본으로 돌릴 수 있으니 우리로서는 부담되는 상황인 것이죠.


그런데 놀랐습니다. 많이요. 기사가 하나 눈에 띄었습니다. “일본의 호텔 객실이 남지 않게 하자!”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요지인즉 “우리 대만 사람들이 일본 여행을 많이 가서 일본의 어려움을 도와주자”는 겁니다.


우선 대만 남부 최대도시 가오슝시 의회 의원인 치우이잉(邱議瑩) 등은 ‘高市가 高市를 응원한다“는 캠페인을 내놓았네요. 앞의 高市는 가오슝시를 의미하고 뒤의 高市는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를 지칭합니다.(일본 총리 한자 이름이 高市이고 가오슝시도 보통 줄여서 高市라 칭하는 점을 이용한 캠페인 명칭입니다.)


치우 의원은 캠페인의 구체 내용으로 대만 정부가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1만 대만달러를 이용해 일본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대만 정부는 지난 10월 ‘중앙정부의 국제정세 대응을 위한 경제 사회 및 민생 국가안보 강인성 강화 특별예산’을 공포하고 11월 12일부터 초과 세수를 전국민에게 현금으로 1만 달러, 지금 환율로 하면 약 47만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공짜 수입’을 일본을 돕는데 쓰자는 얘기죠.


그는 국적 항공사들에게도 일본 노선과 관련한 특별 할인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일본 응원 캠페인에 항공업계의 동참을 요구하고 나선 셈이죠.


촉구가 통한 걸까요. 대만 국적사가 바로 호응하고 나섰습니다. 중화항공의 저가항공 자회사인 타이거에어가 특별 프로모션을 발표했습니다. 그 프로모션 포스터에 있는 문구가 바로 “일본에 빈 객실이 하나라도 있게 하지 않겠다!”입니다. 강력합니다. “대만과 일본이 함께 가는 만큼, 우리가 일본을 확실히 지원한다”는 겁니다.


대만 타이거에어 일본항공노선 특판 프로모션.png 대만 타이거에어의 일본 항공노선 할인 특판 프로모션 포스터


프로모션은 이와 같습니다. 11.21부터 11.23까지 3일간 특판으로 일본행 모든 노선에 한정해서 10% 할인을 적용합니다. 할인프로모션 코드명에도 ‘일본 사랑’ 의지가 물씬 풍깁니다. 코드명은 ‘ITLOVEJP’입니다. IT는 타이거에어의 항공사 코드입니다. JP는 당연히 일본이고요.

일부 일본 노선에는 특가 요금도 제공합니다. 타이베이와 타이난, 가오슝에서 일본 오키나와로 가는 편도와 타이베이에서의 이시가키행 편도 요금을 777 대만달러에 판매합니다. 편도긴 하지만 항공티켓이 서울-대구 KTX 요금보다도 저렴한 3만7천원인 셈입니다.(물론 세금은 별도고요)

일본은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는데 오히려 대만 업계가 동원령을 내린 모양새입니다.

생각지 못한 프로모션이었죠. 당연히 일본측에서 이러한 프로모션을 할 줄 알았는데 대만에서 자발적으로 하다니요. 자료를 함께 찾았던 대만 직원도 어색하게 웃습니다.


오늘 대만 신문을 보고는 더욱 놀랐습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이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다면 우리가 단체를 이끌고 일본으로 가자”고 발언했다고 합니다. 린자룽 외교부장도 “대만 국민의 일본 여행을 지지한다”고 공개 표명했습니다. 대만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전력으로 일본을 응원하고 있는 셈이죠.


중국이 일종의 경제보복으로 일본산 해산물 수입을 금지한다 했던 날 라이 총통은 일본 해산물 먹방을 한 바 있습니다. 훗카이도산 가리비와 가고시마산 방어 등으로 만든 초밥을 미소된장국과 함께 먹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죠. 그에 발맞춰 대만 식약청은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에 부과했던 제재를 전면 해제했습니다. 중일갈등국면에서 원래 친일 노선을 걷고 있는 대만이 더욱 강력하게 일본과의 연대를 표명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허나 불똥이 엉뚱한 데서 터졌습니다. 대만 국내관광업계에서 볼멘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외래객의 인바운드관광이 회복되지 않고 그러다 보니 국내관광업계가 어려운 상황인데 사실상 일본 여행 가자고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모양새니까요. 일본여행은 어차피 많이 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대만 정부는 부랴부랴 해명하고 나섰습니다. “아 우리의 뜻은 그런 게 아니에요. 국내관광을 가지 말고 해외로, 일본으로 가자는 게 아니고요, 해외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일본에 가면 좋겠다는 뜻이에요. 국내관광 많이 가시라고 내년도에 특별 예산도 편성하고 있답니다. 생일축하 평일 국내여행 지원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금 궁색 맞긴 하네요.

하여간 대만의 일본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생각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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