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감
intro
문득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는
날은 언제인가?
내가 받은 영감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감을 얻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나의 직업은 디자이너이다.
정확하게는 시각 디자이너다.
기업에서 출시하는 제품을 소비자의 마음에 들게,
브랜드가 선명하게 인지되게끔 표현하는 디자인을 한다.
독자 여러분 누구나 한 번쯤 먹어봤을 식품,
한 번쯤 발라봤을 화장품 중 하나의 패키지 디자인은
내 손을 거쳐서 나왔다.
시각 디자인도 디자인이라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으면 국제적인 상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업 디자인을 평가할 땐 매출이 빠질 수 없다.
대박 친 상품의 디자인은 잘 된 상업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쪽박인 경우 잘 된 디자인도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제품 패키지를 만들거나 바꿔서
제품의 가치가 높아지고 매출이 성장하면
정말 짜릿하고 뿌듯하다.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의 앞자리에 진열된 제품을 보고
나 혼자서 어깨를 으쓱하고 간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요즘 난 여기서 허전함을 느낀다.
이 디자인들은 회사가 제품을 잘 팔기 위해 최적화됐다.
그 안에 나의 취향과 감성, 경험은 없다.
내가 회사의 매출 증대를 위해 디자인을 찍어내는 부품이란 생각이 드는 날은
회의감이 밀려오면서 퇴사를 꿈꾸기도 한다.
내 취향을 온전히 담아 설계한 디자인
나다운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서
이걸 좋아해 주는 소비자와 소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 늘면서
동네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동네 골목들을 돌아보는 게 요즘 일상이다.
그 사이 문을 닫은 가게가 보이면 아쉬워하고
새로 생긴 가게는 구경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느낀다.
독립서점, 빵집, 카페들이 하나같이 모두 개성이 있다.
왜 이런 포스터를 여기에 걸어놨는지 사장님께 물어보면
거기에 얽힌 자기만의 이야기가 술술 나와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골목 가게 사장님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그 공간을 나다움으로 가득 채워서 손님과 소통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가게를 준비할 때
자신이 살아온 삶의 전부, 나다움에서 영감을 얻었다.
내가 나다움으로 승부를 해 본 게 언제였더라.
취업준비생 때 밤을 새워가면 준비한 포트폴리오는
내가 살아온 길과 나의 취향, 나만의 무기가 무엇인지
잔뜩 담겨있었던 것 같다.
컴퓨터를 뒤져서 파일을 찾아 열어보니
그때의 내가 어땠는지 선명하게 다시 떠오른다.
남산타워 진입로에서
내 경험을 그린 엽서나 액자 같은 것들을 팔아본 적도 있다.
지나가던 여행객이 이건 어떤 경험을 그린 건지 물어보고
그걸 몽글몽글하게 표현한 나만의 감성을 좋아해 줄 때
값진 희열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내 경험이 축적된 '나다움'에서 영감을 찾을 때가 많았던 것이다.
언젠가 나도 '나다움을 가득 담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경험을 나누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회사 생활을 거치면서 새로운 경험이 쌓인 내가 표현할
성숙한 나다움은 무엇일지 지금부터 틈틈이 떠올려 봐야겠다.